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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콘뿌가챠’ 대란! 확률형 아이템 싹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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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메이저 소셜 게임 업체
 

오늘(10일) DeNA와 Gree 등 일본의 6개 소셜 게임 회사가 5월 말까지 자사의 게임에서 확률성 아이템인 ‘콘뿌가챠’를 완전히 삭제하겠다고 공동 발표했다.

따라서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은 5월 31일 이후 모든 콘뿌가챠 서비스가 종료되며, 새롭게 개발하거나 서비스되는 게임은 앞으로 콘뿌가챠를 삭제하여 출시하게 된다.

일본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19억 달러(원화 2조 원) 이상의 가치로 환산되는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힌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이를 이끌어 가는 업체들은 대부분 이 콘뿌가챠라는 확률성 과금 시스템에 매출의 90%를 의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까지 나서 콘뿌가챠의 사행성을 문제 삼자, 업체들이 일제히 문제시되는 과금체제를 완전 삭제하게 됐다. 물론 일본 최초의 게임규제안이 입법화 되는 상황은 피했지만, 현지 소셜 게임 업체들은 콘뿌가챠를 대신할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찾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콘뿌가챠가 무엇이기에, 일본 게임 업계를 뒤흔든 것일까?

 

일본 소셜 게임을 잠식한 콘뿌가챠는 무엇인가

콘뿌가챠란 온라인 전자복권의 일종이다. 플레이어는 필요 아이템을 모아서 특정 조합을 완성(Complete)하면 뽑기(Gocha)를 돌려 새로운 아이템을 얻는 것을 말한다. 쉽게 어린 시절 문구점 앞에 일제히 줄서 있던 ‘뽑기’(일본어: 가챠퐁)에서 비롯된 용어이며, 국내에선 확률형 아이템이 이 부류에 속한다.

콘뿌가챠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뉠 수 있다. 우선 뽑기를 돌려서 특정 카드 조합을 완성하면 레어카드를 주는 경우가 있고, 여기서 더 진화하여 특정 카드 세트를 모아야 그 카드의 상위 카드를 주는 형태가 있다. 후자의 경우가 바로 일본 소비자청이 경품 표시법에 위반되는 사항이라고 지적한 콘뿌가챠 시스템의 형태다.


▲ 콘뿌가챠 메커니즘 (이미지 제공: 요미우리 신문)

일본의 소셜 게임이 차용하는 콘뿌가챠 시스템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우선 사용자는 일정량의 게임 머니를 투자해 콘뿌가챠를 돌린다. 계속 가챠를 돌리다 보면 언젠간 아이템 A를 얻을 수 있다. 아이템 A를 얻었으면 다음 아이템을 얻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아이템 B, C, D를 얻은 후, A, B, C, D를 모두 조합하면 레어카드(Grand Prize)를 뽑을 수 있다.

보통 가챠를 한 번 뽑는데 드는 비용은 100엔(원화 1400원)에서 300엔(원화 4300원) 정도이며, 카드는 일정 확률 즉 랜덤으로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한 개의 카드 덱을 마련하는데 드는 비용은 적게는 수천 엔에서 많게는 수십만엔 이상을 지출된다.

현지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 모바일 게임이 매출을 뽑아내는 원천이 바로 이 콘뿌가챠라고 한다. 콘뿌가챠로 대표되는 게임은 모바게의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라는 게임 외에도, 코나미의 ‘드래곤 컬렉션’, GREE의 ‘돌리랜드 RPG 시리즈’, 클랩의 ‘캡틴 츠바사’ 등이 있다.

각 게임사는 소비자들이 더 많은 가챠를 조합하도록 만들기 위해 각양각색의 스타일, 이른바 변종을 만들어 냈다. 최상위 카드로 구분되는 고급 레어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의 배포율을 높여, 게이머들이 지속적으로 가챠를 굴려 카드를 뽑도록 구현했다.


▲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의 레어 카드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 카드

나쁜 예로, 어떤 게임사는 특정 카드 세트를 완성하여 상위카드를 뽑는 것이 아니라, 상위 카드를 뽑을 수 있는 뽑기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물론 누구든지 한 번에 10만 엔(약 140만원)을 들여 게임 아이템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300엔이라면 다르다. 소비자는 자신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300엔이 쌓이고 쌓여 엄청난 금액으로 축척됐고,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이 문제는 더 심각하게 일어났다.

시민단체에 자녀들의 무절제한 게임머니 사용을 호소하는 학부모들의 이야기가 전달됐으며, 언론 매체들은 소셜 게임을 슬롯머신과 동급으로 비교하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빨리 규제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메이저 소셜 게임 업체들은 미성년자의 월 지출을 제한 정책을 발표했다. GREE는 16세에서 19세까지는 10,000엔(약 14만원)을, 그리고 15세 이하에겐 5,000엔의 마지노선을 정했으며, DeNA는 6월까지 16세에서 17세의 청소년들은 10,000엔, 15세 이하는 5,000엔으로 제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았고, 결국, 지난 5일 일본 소비자청은 콘뿌가챠 메커니즘을 사용하고 있는 소셜 게임을 규제할 방침을 검토 중이라 발표했다. 이 소식이 전달되자, 12개의 소셜 게임 업체의 주가가 급락했으며, GREE의 주식은 시가 총액의 1/4이상이 떨어질 정도였다. 하루아침에 소셜 업계 통합 3.8조 달러의 손실을 보고만 것이다.

하지만 언론 및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업계에 자정 노력을 요하는 관료적 행정으로 해석했고, DeNA는 뒤질세라 공식 발표를 통해 “현시점에서 소비자청으로부터 정식으로 요청을 받거나 하진 않았지만 소비자청 담당자와 의견 교환을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무엇이 ‘콘뿌가챠’인지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이 기준에 대해 소비자청과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정부가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을 전제로 “자사에서 콘뿌가챠의 존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겠다.”라고 덧붙였다.


▲ 9일 기록된 GREE의 주가 변동 사항

다음 날, 주가가 안정화되는 기미가 보이자, GREE는 3분기 200% 이상 상승한 매출을 구원의 카드로 내보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상황은 오히려 심각해졌다. 일본 소비자청의 진 마쓰바라 위원장이 직접 나서 “소셜 게임은 사용자들이 갬블링을 강하게 집착하도록 만들고 있다”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9일 주식 시장에서 여실히 나타나 최하를 기록한 주가에 10%가 더 하락하고 장을 마감했다.

그리고 오늘(10일) DeNA의 CEO 이사오 모리야스는 중요한 사항을 발표하게 됐다. 자사의 소셜 게임에 콘뿌가챠를 삭제할 것을 발표한 것이다. 이 발표가 보도되자 뒤이어 나머지 GREE, 사이버 에이전트, 믹시, 드완고, NHN 등이 공동 성명을 통해 콘뿌가챠 삭제안을 공식 전달했다. 정부가 규제안을 발효하기도 전에 모든 일이 이루어 졌다.

이번 일은 일본 내에서 현 정부가 게임 산업을 통제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첫 번째 사건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산업 관계자들은 정부가 규제안을 만들고, 후에 2차 혹은 3차적인 추가 규제안을 또 생산하기 전에 아예 논란의 불씨를 없애버린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일고 있다.


▲ 일본 소셜 게임 업체의 성장 그래프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지만 문제는 무료로 배포되는 소셜 게임 특성상 많은 게임들이 콘뿌가챠 시스템을 사용하여 즉각적인 수익을 뽑아왔다는데 기인한다. 유일무이한 수익구조를 배제하게 되면 소셜 게임 업체들이 받을 타격은 매우 클 것이다. 하루아침마다 급락을 반복하는 니케이 지수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바로 업체들이 콘뿌가챠를 완전 삭제하겠다는 6월이 된다. 과연 해당 업체들이 어떠한 과금 체계를 가지고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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