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방 업주, 합법 영업소 말고 퇴폐 업소 잡아달라

지난 2010년, 청소년의 대표적인 탈선 장소로 지목된 멀티방이 오는 8월부로 청소년 출입불가 업소로 변경된다. 이는 게임과 함께 영화 감상, 노래 연습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복합유통게임제공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대해 현재 멀티방 업주들은 이번 개정안이 정식 등록도 하지 않은 채, 편법적으로 퇴폐 영업을 해온 업소는 잡아내지 못하고, 합법적으로 영업을 해온 사업자들이 도리어 손해를 떠안게 되었다는 입장을 강하게 어필했다.

5월 29일 오후 3시,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1관에서 멀티방 관련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하위법령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공청회에 참석한 문화부 담당 사무관 및 정책 연구원, 그리고 멀티방을 직접 운영하는 업자들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 멀티방 관련 영비법 및 게임법 하위법령 개정안 공청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1개의 기기에서 게임과 함께 다른 콘텐츠를 제공하는 ‘복합유통게임제공업’의 경우, 청소년 출입을 일체 금지하는 것이다. 또한 화장실, 욕조, 주차장 시설, 침대 혹은 침대 형태로 변형되는 의자나 3인용 이상의 소파 등 콘텐츠 제공에 필요하지 않은 시설을 이용 공간 내에 들여놓을 수 없다. 이 외에도 투명 유리창 설치, 조도 제한, 잠금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출입공간을 밀실화할 가능성이 있는 요소를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 삼고 있다.

현장에 참석한 업자들은 이번 개정안이 업소의 정확한 실태가 반영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 비판했다. 복합유통게임제공업협회 양연준 회장은 “퇴폐적인 영업으로 문제시된 업체는 대부분 자유업이나 스튜디오 임대업 등 편법적인 방식으로 등록한 불법 업소이다”라며 “이들은 현행 규정을 준수할 의지가 없기 때문에, 지난 2008년 게임법이 정비되었을 때에도 정식 등록을 하지 않고 운영을 이어왔다”라고 전했다.

▲ 복합유통게임제공업협회 양연준 회장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김영한 선임연구원은 “보다 효율 높은 단속을 위해 게임, 영화, 음악 등 문화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모든 업소를 총괄하는 규칙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업소의 문제를 멀티방 업계 전체의 문제인양 확대 해석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 역시 제기되었다. 양연준 회장은 “실태조사 연구자료를 살펴본 결과, 정상적으로 영업 중인 멀티방과 퇴폐 업소의 사진을 짜깁기한 정황을 알아낼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업주들은 실태조사 당시 복합유통게임제공업으로 정식으로 등록한 업소와 그렇지 않은 업소를 구분하지 않은 상태로 연구가 진행되어 사실과 다른 결과가 도출된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멀티방 관련 인테리어 사업을 3년 간 이어왔다고 밝힌 홍춘기 씨는 “인테리어 업에 종사하며 복합유통게임제공업소처럼 준수사항이 타이트한 업장이 없었다”라며 “3년 전에 내가 맡은 첫 업소가 오픈했을 때, 딸들과 함께 방문했는데 그처럼 가족과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건전한 문화공간은 그 어떤 업종에서도 찾아보기 드물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