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산업

늦어지는 게임심의 민간이양, 무엇이 문제인가?

/ 1

fs110117_580_game.jpg
▲ 국내에 유통되는 게임의 등급심의를 전담하고 있는 게임물등급위원회

7월 1일부로 시행될 예정이었던 게임물 등급심의 일부 민간이양의 본격적인 도입이 올해 하반기로 다소 늦어진다. 문화부는 지난 6월 말 민간기관을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법이 이미 시행된 현재까지도 아직 기관선정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 최악의 경우 제도의 파행까지 우려된다.

이번에 회자된 게임물 등급심의 일부 민간이양은 아케이드 게임물을 제외한 청소년 이용가 (전체, 12세, 15세 이용가) 게임에 관련한 모든 등급심의를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문화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기관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즉, 아케이드 게임물과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 게임은 현행대로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온라인게임을 포함한 모든 청소년 이용가 게임은 민간기관이 등급심의를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건의 일정이 미뤄진 표면적인 이유는 민간기관에 대한 허가를 낼 수 있는 문화부 측의 공고가 법 시행 이전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문화부는 “7월 중, 신청자격에 부합하는 단체를 모집하는 공고를 낼 예정이며, 내부 검토 이후 7월 말에 적정한 기관을 결정할 예정이다”라며 “이후 준비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기까지는 적어도 1달에서 2달 가량의 기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게임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게임물 민간심의 업무 일부 이양은 국내 게임업계가 이전부터 희망해왔던 부분이다”라며 “민간기관 선정에 대한 문화부의 공고가 다소 늦다는 판단이 섰다면, 업계가 능동적으로 움직여 보다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게임업계의 분위기가 민간 등급심의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대두된 2000년대 중후반에 비해 다소 가라앉아 특정 이슈에 힘을 모으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이하 협회)의 회장사, 네오위즈 게임즈는 ‘크로스 파이어’, ‘피파 온라인3’ 등 주요 수익원 확보에 대한 불안요소가 발생하며 위태로운 상태에 처해 있다. 이 외에도 엔씨소프트, NHN 등 국내 주요 업체의 구조조정 이슈가 발발하고, 엔씨소프트의 피인수 건이 제기되는 등 업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이다.

게임물 등급심의 민간이양, 관건은 재원마련과 시스템 구축

정부가 게임물 등급심의 업무 일부를 이양 받을 기관을 선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보는 것 중 하나는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다. 지난 3월에 발표된 게임법 시행령에 포함된 민간기관의 지정요건에는 3년 간의 기관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120702-risell-mh1.jpg
▲ 게임법 시행령에 명시된 민간 등급분류기관 지정요건 (자료 출처: 전자관보)

이에 대해 문화부는 “인건비 및 사무실 임차료 등을 따져봤을 때, 최소 1년에 10억 정도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를 3년 단위로 계산하면 3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측의 발표에 따르면, 등급심사 수수료를 통해 확보한 수익은 1년 예산의 10%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민간기관이 받는 재정마련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게임물 등급심의 업무를 이양 받을 단체는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기관으로 자리하기 때문에 국고를 직접적으로 지원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게임업계는 등급심의 업무를 이양 받을 유력한 단체로 한국게임산업협회(이하 협회)를 꼽고 있다. 협회는 올해 초부터 TF 팀을 꾸리고, 재원마련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는 등 등급심의 업무를 받기 위한 준비를 해왔으나 문화부의 공고가 늦어지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소 30억 원 이상의 준비자금을 협회가 마련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 사업자와 이용자가 모두 만족할만한 심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라며 "서둘러 일을 진행하는 것보다 기간이 다소 길게 소요되어도 신중한 자세로 철저하게 준비해 추후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라며 자금과 심의에 관련한 시스템, 인력 등에 관련한 사항을 조율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문화부는 게임물 민간심의를 담당할 기관을 단 1곳만 두겠다고 명시하지 않았다. 즉, 상황에 따라 다수의 게임물 민간심의기구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사무국장은 "다수의 단체가 심의를 맡아도, 사업자들은 보다 편리하고 공정하며 별도의 문제가 없는 곳을 이용하고 싶어할 것이다"라며 "추후 서비스 질에 따라 통합되리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김 국장은 협회가 준비 중인 민간심의기구는 정식 출범 후 완전한 독립기관으로 운영되며, 협회는 설립에 대한 준비를 하는 곳임을 강조했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한 온라인 시스템 구축 역시 중요한 사항 중 하나다. 문화부 역시 등급심의의 편의성과 투명성을 위해 온라인 업무처리 시스템을 갖출 것을 지정요건에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물등급위원회는 각 업체가 별도의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필요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따라서 앞으로 출범할 민간단체 역시 최소 현재와 동일한, 가능하다면 더욱 간소화한 시스템을 제공하여 등급심의 민간 이양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게임물등급위원회와의 실시간 시스템 연동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이 부분이 부재하면 등급심사와 이에 대한 사후관리의 아귀가 맞아떨어지지 않아 추후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보다 공정한 심의를 위해 유사게임에 대한 심의내용을 쉽게 참고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시스템에 대한 상호연동이 필요하다는 것이 게임물등급위원회 측의 입장이다.

게임물 등급심의 민간이양은 자율심의를 향한 첫걸음

이번 게임물 등급심의 민간이양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것이 업계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자율심의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게임물 등급심의 업무 일부 민간 이전이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다면, 추후 성인게임으로 영역이 확산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라며 “이는 궁극적으로 업계가 희망하는 자율심의 현실화에 대한 토대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즉, 이번에 게임물 등급심사를 담당하게 될 민간기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공정성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심의 수수료 절감, 절차 간소화 등 이전에 게임물등급위원회가 한 것보다 더욱 좋은 성과를 일궈내야 정부 혹은 여론으로부터 민간심의 영역을 확대하는 부분에 대한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5년 3월호
2005년 2월호
2004년 12월호
2004년 11월호
2004년 10월호
게임일정
202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