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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앱 실명제 의무화 법안 발의… 논란

 

▲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
(사진출처: 최민희 의원 블로그) 

 

게임을 포함한 모바일 콘텐츠 전 분야에 걸쳐 실명인증제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국내 모바일 콘텐츠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쟁점이 되고 있는 법안은 지난 23일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 등 14인이 발의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해당 법안은 청소년이 스마트폰에서 성인 콘텐츠를 다룬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발의된 것으로, 청소년의 보호를 위해 일부 콘텐츠에 성인인증 등 기술적 조치를 강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


지난 23일 발의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음란/욕설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랜덤채팅' 처럼 청소년들이 접속할 수 있음에도 제대로 된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 및 일부 콘텐츠에 대해 성인인증 등 기술적 조치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제안되었다.


개정법률안은 콘텐츠제작자로 하여금 성인인증 등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의무화하는 ‘28조의 2’ 및 위반 시 과태료를 명시한 ‘42조의 2’ 의 신설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부의 장관이 협의해 지정ㆍ고시하는 분야의 콘텐츠제작자는 대통령령에 의해 이용제한 및 성인인증 등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하며, 이를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과태료는 2천만원 이하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부과ㆍ징수한다.


실제로 현재 스마트폰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몇몇 어플리케이션은 그 선정성/폭력성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위에서 예로 든 랜덤채팅이나 범위채팅 기능을 지원하는 몇몇 채팅 프로그램의 경우 원래 의도와 달리 불건전한 목적으로 사용되면서, 성매매 등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어플리케이션 역시 모바일상에서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국내 이통 3사 마켓의 경우 가입정보를 통해 청소년 유해물의 다운로드를 방지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글로벌 마켓 구조를 갖추고 있는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경우 주민등록번호나 아이핀 등을 통한 본인인증 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버튼 한 번 만으로 청소년 이용불가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다.

 

 

▲ 청소년들도 여과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랜덤채팅 앱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실효성과 역차별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발의 취지와는 별개로, 해당 법안은 여러 가지 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이번 법안에 대해 '실효성도 없고 국내 업체들에게 역차별적인 법' 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먼저 모바일에서의 성인인증을 의무화 할 경우 개인정보수집 폐지법과 상충된다는 점이 지적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라 오는 2월 18일부터 인터넷상에서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전면 금지되기 때문에 휴대폰 인증이나 아이핀, 공인인증서 등 대체인증수단을 사용해야 하는데, 중소형 개발사의 경우 해당 시스템 도입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2년 8월, ‘인터넷 실명제’ 라 불리는 본인확인제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11년 설립된 소형 모바일 게임업체 W모사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법안 중 하나라고 보여진다. 특히, 해당 시스템을 마켓이 아닌 개발사에 부담시킬 경우 1~2명의 직원으로 이루어진 스타트업 업체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만약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게임에는 주홍글씨 같은 꼬리표가 붙을 것이며, 유능한 개발자들을 해외에 빼앗기는 꼴이 될 수 있다" 라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 2010년 벌어진 앱스토어 게임 카테고리 철수 사태가 전방면으로 확산될 지도 모른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10년 4월, 모바일게임의 심의를 강제하던 게임물등급위원회와 갈등을 빚으며 한국 마켓에서의 게임 카테고리를 1년 7개월 동안 전면 철수한 바 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어플리케이션이 쏟아지는 현실 속에서,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제품에만 성인인증 시스템 설치를 강제한다면, 과거 애플 게임 카테고리 사태가 또 한 번 벌어질 수도 있다.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게임을 예로 들 때, 해외 게임사가 애플과 구글 등 해외 퍼블리셔를 통해 국내 마켓에 성인인증 등의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은 게임을 출시할 경우 이를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반면, 국내 게임사가 국내 마켓에 같은 게임을 유통할 경우 단속이 쉽다. 이처럼 이번 법안이 국내 업체에만 해당 시스템을 강제하는 역차별법이 될 만한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효성 또한 논란으로 남는다. 현재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 등은 사실상 국경이 없는 글로벌 마켓이다. 만약 국내 개발사가 한글로 이루어진 한국 이용자 대상의 게임을 일본이나 미국, 중국 등의 스토어에 출시할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즉, 현재 모바일 마켓 구조와 어울리지 않는 과거의 법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외국계 대형 모바일게임 기업 G모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모르지만, 정부에서 법을 만든다면 우리 같은 경우 이를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지 않는 소규모 업체들까지 이를 따를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한국 시장을 포기하거나, 우회하는 방법을 쓰지 않을까 싶다" 라고 해당 법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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