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게임은 포털부터 매체까지 유해?

국내 학교와 도서관에서는 게임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다. 비업무 및 유해사이트로 지정되어 접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접속이 차단되는 범위는 매우 넓다. 온라인게임을 제공하는 포털사이트에서 게임업계의 정보를 전달하는 웹진도 제한대상에 속한다. 이에 콘텐츠 종류에 관계 없이 ‘게임’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묶인 사이트를 일괄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대학교 및 고등학교에도 게임학과가 개설되는 등, 게임 제작을 교육의 일환으로 보는 시류에 뒤떨어지는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제기됐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2009년부터 교육부,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유해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고 있으며 학교, 도서관의 PC에도 이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일부 지역 교육청에서는 저소득층 가정에 PC와 인터넷 사용료를 지원하는 교육정보화 지원대상자가 유해사이트로 분류된 폭력, 음란, 게임사이트에 접속을 사전 차단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저소득층 가정은 지원대상자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명시한 곳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게임사이트를 유해한 사이트로 보는 것은 아니며 비 업무용이라 차단 조치를 내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보안기본지침에는 게임은 물론 P2P나 웹하드, 증권, 음란과 같은 업무와 무관한 사이트에 차단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도 메신저나 네이버, 한메일과 같은 상용메일, 웹하드, 불필요한 액티브 X 등 보안에 취약한 프로그램의 설치를 금지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미 국내에는 대학교는 물론 고등학교에도 게임 제작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호서대와 청강문화산업대학의 게임학과는 관련 학과 중 국내 대표로 손꼽히며 서강대와 중앙대, 국민대 등도 게임교육원을 운영 중이다. 또한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는 게임제작학과를 두고 있으며, 아현고등학교에는 프로게이머 및 관련 인재를 육성하는 것에 목적을 둔 e스포츠 학과가 마련되어 있다.

즉, 게임업계 종사자를 지망하는 학생에게는 게임에 대한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일종의 학습행위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학생을 전문 선수로 육성하는 것에 목적을 둔 프로게이머 학과의 경우 게임을 플레이하는 행위 자체가 공부가 될 수 있다.

관련 학과에 입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청소년이 보기에 적합한 내용이라면 자투리 시간에 학교 PC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자유가 있다. 물론 시도교육청은 각 학교에서 접속 제한을 해제해달라고 요청하는 사이트에 한해 차단을 풀고 있으나,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정보 습득을 원하는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실례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 교사는 평소 학생들과 스도쿠와 로직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지는데, 로직 사이트가 유해사이트로 분류되어 경상남도 교육청 측에 이를 해제해달라고 청원한 바 있다. 즉, ‘게임’과 같은 거대한 카테고리가 아니라 그 안에 속한 다양한 콘텐츠 중 미성년자의 이용이 법적으로 제한되거나, 공공시설에서 사용하는데 무리가 따르는 부분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보다 세밀한 조치가 요구된다. 즉, 어떤 사이트를 이용하는가가 아니라 어떠한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차단 안내를 알리는 문구에 ‘유해 사이트’라 명기된 부분이 게임은 유해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즉, 비업무용 사이트이기 때문에 차단 조치되었다면 유해사이트라는 표현대신 업무에 관련 없는 사이트라 정확히 명기해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성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편의상 비 업무용 및 유해사이트라 명기했을 뿐, 게임이 유해하다고 간주하는 의미는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