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토리헬퍼' 를 제작한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소 이인화 교수(좌), 김명준 교수(우)
앞으로는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 소설,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된다.
엔씨소프트는 18일, 삼성동 사옥에서 스토리 창작을 도와주는 스토리텔링 저작 지원 소프트웨어 '스토리헬퍼' 제작 발표회를 갖고, 해당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한다고 밝혔다.
오늘 발표된 '스토리헬퍼' 는 2010년 5월부터 3년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엔씨소프트문화재단과 이화여대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국내 최초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저작 지원 소프트웨어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국내외 스토리 전문가, 작가, 영화 전문가 그룹이 제작 과정에 참가했으며, 이화여대 연구소에서 분석 추출한 205개의 서로 다른 스토리 모티프와 116,796개 장면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웹 기반 공동 저작 기술' 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에서 관련 논문 35건이 발표되는 등 다양한 학술적 검증도 마쳤다.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먼저 작가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 할 수 있도록 주요 인물과 배경에 관한 29가지 질문이 주어진다. 질문으로는 스토리의 장르, 타겟, 인물의 연령대, 성별, 신체능력, 종족, 성향, 상황 인지 방식, 판단 방법, 주 관심사, 문제 대응 방법, 내적인 문제, 사회적 계급, 경제/교육수준, 정치적 성향, 인간관계, 인종, 직업, 가족관계, 성장과정 등이 준비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의 구성 요소를 입력하게 된다.
사용자가 이 질문들에 대답하면 '스토리헬퍼' 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작가가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와 가장 유사한 30가지의 이야기를 도출해준다. 작가는 이렇게 제시된 이야기들을 변형하고 조합해 차츰 구체화시킬 수 있으며, 이야기를 발전시켜 최종적으로 자신만의 아이디에이션 시트를 완성할 수 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영상을 통한 '스토리헬퍼' 의 시연이 이루어졌다. 영상에서는 29가지 질문의 답을 입력하면 이와 비슷한 스토리플롯들이 제시되고, 여기서 도출된 다양한 모티프를 조합, 수정하거나 갈등 곡선을 조절해 가며 자신이 그리고 있던 스토리를 완성하는 과정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랜덤 모드를 통해 상상하지 못했던 독특한 스토리를 무작위로 추출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가능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스토리헬퍼' 시연 동영상, 1~3단계를 통해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직관적 스토리로 변환할 수 있다
또한 '스토리헬퍼' 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얼개를 넣으면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존 작품의 스토리와의 유사성 정도도 알려준다. 예를 들면 영화 '아바타' 는 '늑대와 춤을' 과 87%, '라이언 일병 구하기' 는 '스타워즈 4' 와 80%의 플롯 유사성을 보인다. '스토리헬퍼' 는 이 같은 필터링 시스템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플롯이 다른 작품들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알려주고, 보다 독자적인 창작 활동을 가능케 해 준다.
'스토리헬퍼' 를 미리 사용해 본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훌륭하다는 반응이다. 영화 '방자전' 의 김대우 감독은 "이미지로만 머리 속을 맴돌던 창작 아이디어를 구체화 해 주는 프로그램" 이라고 평했으며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의 원작자인 김탁환 소설가는 "디지털 시대 창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한다" 라고 말했다. 또한, 할리우드 '미녀와 야구' 에 참여한 애니메이션 감독 마이크 뉴엔(Mike Nguyen)은 "스토리 모티프를 중심으로 한 독특한 접근으로 유용하게 사용될 것" 이라고 평했다.
엔씨소프트 이재성 전무는 "문화콘텐츠가 잘 되기 위해서는 인접한 콘텐츠가 모두 잘 되어야 한다. 게임 뿐 아니라 모든 문화콘텐츠의 가장 큰 고민은 기획이다. 이번 기회로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기술을 활용한 스토리헬퍼가 작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라며 '스토리헬퍼' 가 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이 스토리를 형성해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영원한 제국', '지옥 설계도' 등의 저자인 이화여대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소 이인화 교수는 "문화콘텐츠 산업 경쟁력 확보의 필수조건인 콘텐츠 기획과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스토리헬퍼를 기획하게 되었다" 라며 "전문 작가 발굴 및 육성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콘텐츠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 고 밝혔다.

▲ '스토리헬퍼' 의 제작 의의와 개발 과정을 설명한 이인화 교수
'스토리헬퍼' 는 콘텐츠산업 발전과 개발 환경 개선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해 무료 배포된다. 이는 미국 등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유료 스토리텔링 소프트웨어(Final Draft $299 등)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게 도와주며, 나아가 창작 인력의 안정적 수요와 공급, 신인작가 발굴과 양성, 산업 전반의 고용 창출 효과를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토리헬퍼' 는 향후 공식 홈페이지(http://storyhelper.co.kr/)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으며, 회원가입 후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다음은 ‘스토리헬퍼’ 의 제작을 선두지휘한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소 이인화 교수, 김명준 교수와 가진 질의응답이다.
‘태백산맥’ 과 같은 대하 소설도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쓸 수 있는가?
이인화 교수: 대하소설 역시 각각의 에피소드를 갖고 있으므로 부분들에 대한 스토리라인을 검색/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헬퍼’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도우미 역할을 한다. 이 프로그램만으로 스토리를 100% 완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마치 비서처럼 여러 스토리와 모티프를 추천해주고 참고할 거리를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작품 구상에 드는 전체 노력이 100이라면 처음 스토리라인 잡는 과정에 드는 노력은 5 정도다. 그러나 이 5%는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이 없이는 이후 작업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여기서 방향을 잘못 잡을 경우 전체 작업을 다시 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헬퍼’ 는 이 5%를 도와준다고 보면 된다.
장르 문학 뿐 아니라 순수 문학에도 도움이 될까?
이인화 교수: 굳이 장르 문학과 순수 문학으로 구분지을 필요는 없다. 전문 작가들의 경우 프로그램이 제시해주는 30여개의 패턴을 보고 내 스토리가 기존의 어떤 작품과 유사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초보 작가의 경우 트리트먼트 설정 부분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 나 역시 ‘지옥설계도’ 집필에 있어 ‘내가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어떤 스토리와 비슷하니 유사도를 낮추자’ 는 조언을 얻었다.
‘스토리헬퍼’ 는 집필 활동을 얼만큼이나 편리하게 해줄 수 있는가?
이인화 교수: 대부분의 작가들은 원고 발표 전에 약 10배 정도의 초고를 쓴다. 2천 매 장편 소설을 쓰기 위해서 2만 매의 원고를 쓴다고 보면 된다. 이 중에서 초반 스토리라인 설정에서의 실수로 인해 없어지는 원고가 굉장히 많다. ‘스토리헬퍼’ 는 이러한 실수를 바로잡아 준다. 2만 매 초고를 1만 몇천 매 정도로 줄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 '스토리헬퍼' 를 이용해 기존 작품과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과정
프로그램에 있어 지적재산권 문제는 없는가?
이인화 교수: 국제법률사무소를 통해 이에 대한 검토를 여러 번 했다. 일단 프로그램 내에 저장된 데이터는 분석자가 영화 등을 보고 분석해 집어넣은 것으로, 2차 저작이라 볼 수 있다. 네이버 영화정보가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스토리헬퍼’ 역시 이를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데이터베이스와 서버 등의 업데이트 계획도 있나?
이인화 교수: 연구 여건이 더 주어진다면 계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서버 호스팅 안정과 운영에도 힘을 쏟고 싶다.
이재성 전무: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은 합리적 수준에서 ‘스토리헬퍼’ 의 유지보수에 관련된 재정적 지원을 할 예정이다.
우리가 볼 때 ‘아바타’ 와 ‘늑대와 춤’을’ 은 서로 다른 독창적인 영화다. 그런데 ‘스토리헬퍼’ 에서는 87%의 유사도가 나타난다. 이러한 점이 오히려 창작을 방해하진 않을까?
이인화 교수: 87%의 유사성은 플롯 부분이다. 사실 플롯 패턴은 거의 정해져 있으며, 한계가 존재한다. 세익스피어 역시 수많은 작품을 집필했지만, 플롯은 대부분 기존의 것을 사용했다. 작품성은 플롯 말고도 캐릭터와 상황 등의 조합이 만드는 것이다. 어떤 캐릭터와 디테일, 어떤 통찰성을 갖고 있는가 등이다.
‘스토리헬퍼’ 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작품이 서로 비슷해지지는 않을까?
이인화 교수: 오히려 반대의 현상을 예상한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독창적인 스토리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이전에도 비슷한 스토리가 존재했다는 것을 ‘스토리헬퍼’ 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스토리헬퍼’ 가 사용자로 하여금 더 독창적인 스토리를 생각해 내게끔 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해외의 비슷한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스토리헬퍼’ 만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이인화 교수: 미국에서 쓰이는 ‘파이널 드래프트’ 의 경우 데이터베이스가 없고, 다양한 작가들이 일정 부분 참여하며 이야기를 비교하는 형식이다. 이는 미국처럼 집단 작가 시스템이 정착된 사회에서 매우 유용한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집단 각가 시스템이 없어 스토리헬퍼가 더욱 유용할 것이다.
향후 ‘스토리헬퍼’ 를 토대로 한 문학대회, 작가 등단 등 2차적인 콘텐츠 육성 이벤트 계획은 있는가?
이재성 전무: 일단 반응을 보면서 검토할 예정이며, 아직 구체적 내용을 확정하기엔 이른 것 같다. 소프트웨어가 애초 취지대로 현장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1차적으로 수집할 예정이다.

▲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소 이인화 교수(좌), 김명준 교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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