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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산업의 위기 ② 주요 업체 참여 고사, 지스타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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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스타 2013 포스터

 

 

일산에서 부산으로 터를 옮기며 지스타는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올해 지스타는 사정이 다르다. 지스타 참가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홍보효과가 미비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게임산업의 중심으로 자리해온 온라인게임이 침체기에 접어들며 내부 사정이 악화된 업체들은 하나 둘 지스타 참가를 고사하고 있다. 여기에 행사 주관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전되며 참가에 대한 강제성도 사라진 상황이다. 즉, 온라인게임의 몰락이 지스타에도 직격타를 날린 것이다.

 

온라인도, 모바일도, 차세대 콘솔도 없어 - 지스타 참여업체 기근

 

지스타 2013은 이례적인 참가업체 기근으로 인해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주요 업체 중 지스타 2013 참가에 확답을 준 곳은 블리자드, 워게이밍, 그리 국내 업체 중에는 넥슨, 다음, 네오싸이언 정도다. 이 외에 NHN 엔터테인먼트, 넷마블, 네오위즈 게임즈, 엠게임 등 국내 주요 업체는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으며, 행사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엔씨소프트 역시 참여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모바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스타 보이콧에서 B2B 참가로 방향을 선회한 위메이드는 출전을 고민 중에 있으며, 게임빌과 컴투스 역시 B2C에 출전하지 않는다. 현재 국내 시장의 중심으로 모바일게임이 자리하고 있음에도, 이 플랫폼의 대표 업체가 국내 대표 게임쇼 지스타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모바일게임을 선보인 업체들의 지스타 2012 부스 전경, 위부터 위메이드, 게임빌, 컴투스

 

E3, 게임스컴 등 해외 게임쇼에서 차세대 콘솔을 경쟁적으로 선보인 MS와 소니도 지스타에 참가하지 않는다. 특히 소니의 경우 ‘PS4’라는 확실한 상품이 있음에도 출전을 고사한 점이 눈에 뜨인다. 작년에 이례적으로 지스타에 나오며 눈길을 끈 한국닌텐도 역시 아직 올해 지스타의 문을 두드리지 않은 상황이다.

 

즉, 올해 지스타는 참가 업체가 턱없이 부족해서 개최 자체가 불가능한 위기에 몰릴 수 있다. 물론 주최 측이 9월 말까지 참가신청을 받고 있으며, 향후 협회의 참여독려에 따라 입장이 바뀔 수는 있다. 그러나 각 업체가 행사에 기대감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것과 외부 시선을 고려해 떠밀려 나오는 것은 느낌부터가 다르다.

 

대작 부재와 비용 대비 홍보효과 미비 – 업체가 참여를 꺼리는 이유

 

업체가 지스타 참여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부분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얽혀 있다. 우선 지스타에 나가고 싶어도 내놓을 만한 대작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지스타에서 기대작이라 손꼽을 수 있는 작품은 김대일 PD의 ‘검은 사막’과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합작 ‘마비노기2’ 정도다. 그간 각 업체는 자사가 준비 중인 온라인게임 기대작을 지스타를 통해 발표하며 이슈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의 중심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전환되고, 국내 온라인게임이 침체기에 접어들며 기대작 수 역시 줄어들었다.

 

▲ 지스타 2012 개막 하루 전 B2C 행사장 입구

 

실제로 2013년 상반기에 ‘아키에이지’, ‘열혈강호2’, ‘마계촌 온라인’, ‘크리티카’, ‘던전스트라이커’ 등 35종 이상의 온라인게임이 출시되었으나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작품은 전무하다. 이렇게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은 탓에 오랜 기간과 많은 개발비를 투자해 온라인게임 블록버스터급 대작을 시도하기 힘든 상황이다.

 

비용 대비 홍보효과가 떨어진다는 것 역시 주된 이유다. 이는 모바일게임 위주였던 지스타 2012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대표작 몇 종을 출품해온 온라인게임과 달리 모바일게임은 한 부스에 30~40종 이상 게임이 배치된다. 따라서 게임 하나하나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지고, 이 업체가 뭘 보여주고 싶은가도 흐려졌다.

 

모바일게임 업계 관계자는 “바짝 집중하면 3개월 안에 출시할 수 있는 게임을 굳이 지스타까지 와서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가 의문이다”라며 “또한 모바일게임 이용자는 게임 경험이 많지 않은 유저의 비중이 높아 게임 자체를 보여주는 것으로는 눈길을 끌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 도리어 게임보다 현장 이벤트가 더 주목받는 경우도 생겼다, 위는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부스걸

 

보통 온라인게임업체들은 지스타를 준비하며 3개월 동안 행사에 선보일 콘텐츠를 준비한다. 이는 3년에서 길면 4~5년까지 제작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온라인게임에 대해 취하기 적합한 프로모션이다. 그러나 모바일게임은 3개월에서 6개월을 개발에 집중하면 게임 하나를 완성할 수 있다. 지스타 출전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게임 하나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고 행사에 참여할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규제 등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지스타 참여 의지를 약화시켰다. 우선 NHN 엔터테인먼트와 네오위즈 게임즈, 넷마블, 엠게임 등 웹보드게임을 서비스 중인 업체는 정부 주도의 ‘웹보드게임 규제’에 반대 의사를 표한 동시에 지스타에도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 지역구 의원이 ‘손인춘 게임규제법’ 발의에 동참했다는 점 역시 업체들이 반감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급격한 변화에 맞는 체질개선 필요

 

▲ 지스타 2012 당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관람객들

 

2012년은 국내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대격변이 일어난 해로 손꼽힌다. 중심 플랫폼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며 국내 게임쇼 지스타 역시 모바일게임 위주로 재편성됐다. 그러나 시장 변화가 너무도 빨리 찾아온 탓에 지스타 역시 갑자기 주력 플랫폼이 바뀌며 모바일게임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했다. 즉, 시장의 변화 속도를 게임쇼가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협회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모바일에 적합한 틀은 무엇일지, 그리고 어떻게 모바일게임으로 더 많은 관람객을 끌어올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흐름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관람객들에게 얼마나 다양한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가 역시 관건이라 생각한다. 모바일은 물론 온라인, 콘솔, 아케이드 등 각 플랫폼에 최적화된 방법을 주최 측 차원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며 “특히 모바일의 경우 작년 지스타에서 현재 틀로는 홍보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어렵다는 결론이 난 상황이라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전했다.

 

지스타를 주최하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역시 이에 공감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스타 2012에는 모바일게임이 유독 많았는데, 각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는 부분이 부족했다고 느끼고 있다”라며 “온라인게임 시연을 보여주던 큰 스크린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모바일게임을 담아낼 수 있을까, 다수의 게임을 한정된 공간에서 얼마나 많이 노출시킬 수 있느냐 등이 관건이다. 현재 내부에서 모바일게임은 물론 각 게임에 적합한 틀은 무엇인지 고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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