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게임업계는 살짝 들뜬 분위기에 휩싸였다. 게임을 비롯한 IT분야를 미래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보고, 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새 정부의 기조를 토대로 기존 규제 일변도적인 분위기 역시 바뀌리라는 기대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올해 상반기에만 굵직한 규제법이 연달아 발의되었으며,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웹보드게임 규제 역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즉,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손꼽힌 게임산업은 정권이 바뀐 후에도 여전히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셧다운제를 필두로 게임 죽이기 시작 – 정권교체 전 게임규제
▲ 2012년 9월에 발표된 여성부의 셧다운제 대상 게임물 평가기준
사실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게임에 대한 규제 분위기는 상당히 거셌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셧다운제다. 2004년에 첫 입법시도가 있었던 셧다운제는 2000년대 후반에 들어 TV나 각종 언론을 통해 ‘게임에 빠져 강력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힌’ 피의자의 소식이 대서특필되며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즉,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악화되며 그간 ‘과도한 규제’라 평가되던 셧다운제가 국회를 통과해 실제 법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규제가 규제를 낳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 역시 큰 타격이다. 셧다운제를 두고 여성부와 문화부가 안력싸움을 벌이며, 결국 하나였던 제도가 2개로 나눴다. 여기에 여성부에 이어 교육부가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쿨링오프제와 함께 게임 심의와 업체 매출을 중독치유기금으로 출연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발표해 충격을 던진 것이다. 셧다운제 주무부처인 여성부 역시 2011년에 각 게임업체의 매출 6%, 순수익 10%를 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한 기금으로 원천징수 하겠다고 밝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여기에 정책 중심이 규제로 쏠리며 진흥은 뒷전으로 밀렸다. 게임산업을 진흥할 의무가 있는 문화부는 직접 추진하는 제도는 물론 여성부, 교육부 등 다른 부처가 진행하는 규제에도 대응해야 했다.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이수명 과장 역시 지난 3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그 동안 너무 규제 쪽에 집중해 진흥에 투자할 자원이 부족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규제 일변도 분위기, 정권교체 후에도 여전하다
앞서 언급한 ‘규제가 규제를 낳는’ 현상은 정권교체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에 발의된 ‘손인춘 게임규제법’은 그 시작이다. ▲ 셧다운제 적용 시간 및 연령 확대 ▲ 각 게임사 매출 1%를 여성가족부 장관이 게임중독치유기금으로 징수하겠다는 것 ▲ 국내에 출시되는 게임의 중독유발지수를 측정해, 해당 지수가 높게 나온 게임의 배급 및 유통을 중지하겠다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되어 있다. 특히 법을 공동발의한 의원 중에 지스타의 개최도시 부산의 지역구 의원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 내에서 ‘지스타 보이콧’이 논의된 바 있다.
▲ 손인춘 의원(좌)와 마이크로소프트 전 CEO 빌 게이츠 (사진 출처: 손인춘 의원 홈페이지)
지난 4월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 역시 업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게임을 술, 도박, 마약과 동급으로 취급해 4대 중독유발물질로 취급한 것이다. 특히 게임 제작과 발매, 출시 유통은 물론 신작 홍보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9월 정기국회에서 새누리당이 선정한 중점법안 중 하나로 채택되어 본격적인 논의가 머지 않았다.
▲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당시 신의진 의원 (사진출처: 신의진 의원 공식사이트)
규제 아닌 규제로 작용하는 법안도 있다. 지난 6월 4일 교문위 박성호 의원이 내놓은 콘텐츠산업 진흥법에는 콘텐츠 유통을 통해 발생한 매출 5%를 기금으로 징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앞서 밝힌 세 법의 입법취지는 모두 다르다. 손인춘 게임규제법은 게임중독 예방, 신의진 의원의 법안은 중독유발물질 관리 강화, 박성호 의원의 법안은 콘텐츠산업 발전을 취지로 삼고 있으나 그 내용은 기존에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온 시간 규제나 내용 심의 강화, 그리고 업체들의 매출 일부로 기금을 조성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즉, 목적은 다르지만 내용은 엇비슷한 규제법안이 계속 나오며 게임산업에 대한 이중, 삼중규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 8월 30일,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한 웹보드게임 규제 역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며 당초 문화부가 제출한 법안 중 일부가 수정되었지만 ‘회당 배팅금액 제한’ 등 업계가 수용할 수 어렵다고 밝힌 틀이 그대로 남아 현재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 고포류 규제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충돌을 소재로 한 이구동성 만평
이처럼 정권교체 후에도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분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정권교체 초기 창조경제의 핵심이자 5대 콘텐츠산업으로 게임이 손꼽히며 규제에서 진흥으로의 분위기 전환을 기대했던 업계의 기대심은 새로운 규제법안의 등장으로 모두 수그러든 상황이다. 즉, 게임은 이번 정권에서도 천덕꾸러기로 취급되고 있다.
정부 지원 등에 엎고 훌쩍 큰 중국 온라인게임
▲ '차이나조이 2013' 이 열리고 있는 중국 상해 신 국제 엑스포 센터 현장
이처럼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의 날을 세우고 있는 한국과 달리 중국의 경우, 자국 게임을 보호하고 게임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국보다 앞서 2007년 게임 접속 후 3시간 뒤는 보상 50%, 5시간 이상부터 보상을 0%로 돌리는 온라인게임 중독 방지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으나 실효성 부족 및 명의도용과 같은 불법행위 유발로 인해 폐기됐다. 이후 중국은 한국의 선택적 셧다운제와 유사한 시스템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과몰입 예방 대책을 실시하며 현지 업체들의 자발적인 참여 의지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중국은 게임 과몰입 해소 방안을 고안하는 연구소를 따로 설치해 운영하는 것은 물론 게임산업에 대한 진흥정책을 펴고 있다. 2012년 11월 현지에서 열린 제 18차 당대표대회에서 중국은 2020년까지 문화산업을 국가중점산업으로 육성하고, 게임산업 수출 규모를 2000억 위안, 한화로 36조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외산 게임에 대해 일종의 유통허가와 같은 ‘판호’를 받도록 강제한 점은 자국 게임 보호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중국은 외산 모바일게임에도 온라인게임과 동일한 ‘판호’ 도입을 준비 중에 있어 한국업체를 긴장케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게임에 판호가 도입되면 온라인게임보다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판호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간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유행에 민감하고 수명이 짧은 모바일게임이 판호 때문에 묶일 경우 그 사이에 트랜드가 바뀌어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중국은 한국 게임을 수입하는 입장에서 도리어 자국 게임을 국내에 수출하는 입장으로 전환됐다. 국내 시장에서도 웹게임은 중국 게임이 장악한 상황이며, MMORPG 역시 중국 게임을 사오는 빈도수가 높아졌다여기에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력시장에 나온 한국 개발인력이 대거 중국에 흡수되며 중국 게임의 단점 중 하나로 손꼽힌 완성도 역시 개선될 여지가 크다.
해외 시장에 대한 영향력 역시 상승하고 있다. 12억이라는 인구를 토대로 형성된 거대 시장은 한국을 비롯한 해외 업체들의 진출을 유도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여기에 ‘리그 오브 레전드’의 라이엇 게임즈를 인수한 것에 이어 언리얼 엔진의 에픽게임즈의 1대 주주로 올라선 텐센트, 국내 업체인 액토즈소프트와 아이덴티티 게임즈를 인수한 샨다게임즈 등 각 업체들의 위상 역시 커진 상황이다.
한국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텐센트가 상당분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임트릭스 기준 PC방 점유율에서 역대 최초로 40% 대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으며, 웹게임 시장은 중국 개발사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수출실적으로 근근이 버텨온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내수시장이 완전히 죽으며 힘을 잃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시장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정부의 진흥정책은 없으며 앞으로도 생길 가망이 적다. 문화부 관계자는 “한국 온라인게임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기에 별도의 진흥보다는 간접지원방식이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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