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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보낸 편지, 현기증이 아니라 지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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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게임메카 독자 여러분. 게임메카 TGS 특별취재팀입니다. 갑자기 인사를 드리려니 무척 쑥스럽네요. 게다가 '편지'라는 복합적인 감정 수단으로 기사를 쓰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고요. 역시 최고는 인사인 거 같군요. 독자 여러분, 다시 한 번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편지는 일본 현장에 나와 있는 TGS 특별취재팀의 일상을 담은 일종의 에세이로 보시면 됩니다. 기자들이 개인적으로 겪었던 에피소드와 감상으로 꾸민 이 편지는 기사에 담지 못했던 여러 풍경이 엮여 있어, 딱딱한 일반 기사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기는 일기장에'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을 다 할 테니, 예쁘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참고로 이번 편지는 두 차례에 걸쳐 발송될 예정입니다.


▲ 무척 화창한 일본 도쿄

- 반다이남코와 소니, 그리고 생선회? 

사실 일본은 지금 시기에서 많은 분이 여행을 꺼립니다. 이유는 모두 알다시피 방사능을 비롯한 여러 위험요소 때문이죠. 저희도 출장 진행 여부를 두고 고민이 많았는데요, 결국 물을 비롯한 몇 가지 식량(?)을 더 챙겨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준비물에 1.5리터 물병 4통이 담긴 건, 참 신선한 경험이었죠. 

괴상한 준비물로 소동이 있었지만, 취재팀은 17일 무사히 일본에 도착했습니다. 태풍이 휩쓸고 간 도쿄는 너무 화창해 기분이 무척 좋더군요. 물병이 가득 담긴 캐리어가 무겁긴 했지만 기분만은 상쾌했어요. 

다음날(18일), 저희는 오전 일찍 반다이남코로 향했습니다. TGS 개막에 앞서, 반다이남코가 관련 미디어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이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려 8개 게임 타이틀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지옥의 일정이 계속됐지만, 그럼에도 저희를 포함한 전 세계 기자단이 현장을 방문해 함께 땀을 쏟았습니다.

보통 이런 식의 인터뷰는 한 타이틀 당 30분 정도로 진행되는데요, 그중에서도 약 20분은 디렉터들의 설명이 이어져 심도 있는 인터뷰는 사실 어렵습니다. 또, 기존에 있던 내용을 조금 더 정리하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도 많아 새로운 정보가 나오는 경우도 거의 없죠. 그래도 현장에서 세계 각지 기자들을 만나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경험입니다. 그들의 질문을 보면 '저희'와 궁금한 궤적 자체가 아예 다른 경우가 많아 되게 신선하기도 하거든요. F2P 이슈만 해도 우리와 유럽에서 보는 시각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때문에 이런 현장은 견문을 쌓기에 매우 좋은 경험치가 되기도 합니다. 시쳇말로 '빡센' 일정이지만, 그만큼 얻는 것은 큰 가치가 있지요. 유명 타이틀을 만든 디렉터를 직접 볼 수 있는 것도 나쁘지 않고 말이죠. 

반다이남코 행사가 끝난 뒤에는 바로 SCEJ 본사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여기서는 PS4의 아시아 지역 발매일 등 꽤 굵직한 이슈가 터졌죠. 이처럼 파급력이 큰 정보를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은, 생방송이나 외신을 통해 얻는 것과 느낌 자체가 다릅니다. 게임산업의 역사가 바뀌는 순간, 현장에 있었던 셈이니까요. 이런 경험은 꽤 오래 여운이 남기 때문에 두고두고 간직할 수 있다는 것도 행운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일정이 마무리되고, 이후 SCEK 관계자들과 바로 저녁자리가 이어졌습니다. 평소 같으면 이번 발표와 관련된 이야기로 길게 이어졌겠지만, 다음날 시작될 TGS 일정 문제로 금방 끝났습니다.

그래도 메뉴로 나온 생선회 관련 에피소드는 편지에 담고 싶네요. 먹음직스러운 생선회를 두고, 테이블마다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거든요. 당연히 위험하다는 것을 아니까요. 결국 기혼자였던 SCEK 관계자 한 분이 "나는 잃을 게 없다!"면서 슬쩍 입으로 가져가더군요. 이어 같은 테이블의 기자 한 분도 "어차피 게임과 살기로 했는데, 나도 걱정 없다!"면서 꿀꺽. 그래서 저희는? 네, 결과는 비밀입니다. 


▲ 반다이남코에서 만난 두 개발자


▲ 사실 먹음직스럽긴 하니까요


- 현기증이 아니라 지진이었네요 

19일이 밝고, 드디어 기다렸던 도쿄게임쇼가 개막했습니다. 행사에 참가한 수백 개의 업체가 몇 개월에 걸쳐 전략적으로 준비한 결과물을 눈과 몸으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이죠. 

그렇게 게임메카 특별취재팀은 각 부스를 돌며 촬영을 하고, 기대 타이틀은 체험해보고, 중요한 인사와 인터뷰도 진행하며 그렇게 일과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 오후 3~4시 무렵 서서히 육체가 지치게 되는데요, 이에 기자들은 저마다 다른 형태로 피로를 조금씩 덜어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행사장에 보이는 아기자기한 조형물이나 혹은 이벤트 등을 보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죠. 그런 의미에서 19일 팔콤 부스에서 진행된 jdk밴드의 라이브 공연은 최고였습니다. 워낙 에너지가 넘쳐서 온몸에 힘이 나는 느낌이었죠. "고맙다"라고 전해주고 싶군요! 


▲ 이렇게 신나게 공연하는데, 힘이 안 날 수가 없겠죠?

첫날 모든 일정이 끝나고 숙소로 복귀하는 길. 일본은 해가 빨리 떨어지더군요. 숙소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6시 정도였는데, 벌써 어둑어둑했죠. 순간 한국이 추석이라는 게 떠올랐습니다. 다들 잘 있는지, 문자 하나씩 넣어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바로 숙소로 복귀 했습니다. 

숙소 복귀 후에 남은 것은 정리의 시간. 추석의 영향으로 보통의 게임쇼보다 조금 여유 있게 일정을 짜 왔지만, 그래도 마무리해야 할 것은 많으니까요. 그렇게 정리를 하며 긴 밤을 보내는 중, 갑자기 머리가 어질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헉, 현기증인가? 특별히 힘든 하루도 아니었는데 현기증이 오니 당황했죠. 그런데 이건 현기증이 아니었습니다. 조금 뒤,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죠.  

어, 뭐지? 그러는 사이 다시 반대편으로 건물이 기우뚱. 네, 맞습니다. 지진이었죠. 저희가 묵는 방은 19층에 있었는데요, 지진이 발생하니 가장 고층에 있는 저희에게 그 영향력이 확실히 전해진 것이죠. 건물이 뿌리째 흔들리는 이런 기분은 꽤 오묘했습니다. 사실… 이 정도면 두렵거나 하는 감정이 들게 마련인데요, 저희는 웃었습니다. 베테랑 선배분은 '자주 일어나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여유 있는 모습도 보이더군요. 그렇게 약 30초 동안 건물은 흔들렸고, 어질어질한 기분으로 그렇게 지진을 처음 맛봤습니다. 후에 알고 보니 후쿠시마에서 4.3 진도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하네요. 후, 저희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겠죠? 

그랬거나 말거나, 내일(21일)부터는 TGS에 일반 관람객이 방문해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됩니다. 꽤 흥미로운 이벤트가 많다고 하는데요, 벌써 기대가 되네요. 지진 같은 재해만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 무너지는 줄 알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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