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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판교 시대, 셔틀버스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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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판교 테크노밸리에 입주한 기업의 대략적인 위치 안내도


판교 게임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지금, 좋은 새집을 앞에 두고 개발자들에게는 뜻하지 않았던 고민이 생겼다. 

개발자 중 많은 수가 출근길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는 것. 판교역에서 테크노밸리까지의 멀지 않은 도보 길과 제멋대로 변하는 버스 배차간격 등으로 출근 시간이 길어진데다, 마지막 보루였던 회사 전용 셔틀버스마저 빗장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셔틀버스는 개발자들을 지원해 주는 중요한 복지 시스템이다. 정시출근 정시퇴근을 구호처럼 외친다고 해도, 점심출근 새벽퇴근이 일상화된 개발자에게 셔틀버스는 출퇴근 스트레스에서 잠시라도 해소시켜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판교 시대가 열리기 전 게임회사들이 잠시 분당에 둥지를 틀 때에도 출퇴근 이슈가 부각된 적이 있지만, 그때에는 회사 차원에서 대규모로 셔틀버스를 운행하며 이러한 고초를 많이 덜어 주었다.

셔틀 시대, 예전에는 좋았는데


▲ 그린팩토리로 통하는 대규모 셔틀버스 라인을 운행했던 NHN (사진 출처: 네이버 기업 홈페이지)

분당에 게임사가 위치했을 당시, 셔틀버스 인심이 가장 후했던 회사는 NHN엔터테인먼트다. NHN엔터테인먼트의 셔틀 시대는 네이버와 분사 전인 NHN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판교 플레이뮤지엄으로 입주하기 전, NHN은 정자동 신사옥 ‘그린팩토리’에 있었다. 2010년 그린팩토리가 있던 성남시 분당은 주변 지역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NHN 측은 출퇴근 안정화를 위해 서울 강남, 강북과 경기로 뻗어 나가는 셔틀버스 노선을 운행했다.

역과는 거리가 멀었던 점이 더해져 후에는 최대 33대가 운행됐지만, 이후 정자동이 역세권으로 발달하면서 직원들의 대중교통 이용도가 높아져 2012년 9월 30일 최종적으로 폐지됐다. 현재 판교 플레이뮤지엄에서 이용 가능한 셔틀버스는 없다.

비슷한 사례로 오는 12월 말 판교 입주를 눈앞에 두고 있는 네오위즈게임즈도 한때 분당에서 셔틀 시대를 누리던 회사다. 분당에 입주한 후 네오위즈게임즈는 2010년부터 강동, 강서, 강남, 강북, 수원, 안양, 일산 등으로 출발하는 노선을 운행했다. 총 노선 24개를 운행하며 아침 7시부터 밤 10시 50분까지 매시간을 각 지역을 누볐지만, 올해 1월 네오위즈 계열사 일부가 판교로 이전하는 등 흩어지면서 셔틀버스 제도는 폐지됐다.

2011년 분당 DTC타워로 이전하면서 첫 판교 시대를 연 웹젠도 당시 서울 서남권 및 경기 서부권 거주자 중 이용 희망자에 한해 통근 버스를 운영했다. 독특한 점은 매달 버스 이용 희망자 신청을 받아 이용자에 한해 한 달에 4만 원씩 이용 금액을 공제했다는 부분이다. 물론, 이 역시 폐지된 상태.

셔틀 시대, 판교에서도 열릴 뻔 했는데…


▲ 판교에서도 서울/경기 지역 각기로 흩어지는 노선을 운행 중인 게임사

판교에 새롭게 입주하면서 통근 버스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크게는 스마일게이트나 아프리카TV, 게임하이를 예로 들 수 있는데, 개발자들 사이에 ‘스마게 버스’라는 별명을 얻은 스마일게이트는 최대 9개 노선을 운행한다. 양재, 강남, 사당, 신도림, 부평이나 송내까지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며, 출근 시간은 물론 퇴근 시간에도 밤 10시 30분까지 매시간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아프리카TV도 마찬가지 아침에는 최대 5개 노선이 서울역과 노원, 신도림, 사당 등에서 판교로 출근하며, 퇴근 버스는 스마일게이트와 같이 매시 판교에서 출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게임하이는 간편하다. 짧고 굵게 출퇴근 시간 10분 간격으로 판교역에서 넥스토릭, 넥슨네트워크, 게임하이 등을 운행한다. 곧 넥슨의 판교 입주가 본격화되면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질 전망.

위 셋은 판교에서 가장 대중화(?) 셔틀버스로 통하는데, 유명세에 타 회사 사람들이나 외부인의 이용 사례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만원사례가 일자 정작 사원들의 불편함이 제기됐고, 최근에는 수시로 사원증 검사를 할 정도라고. 이외에도 위메이드, 엑스엘게임즈, 엔트리브소프트 등의 회사가 한 두대의 셔틀버스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꽤 많은 수의 판교 입주 게임사들이 노선을 축소하거나 잠정적으로 셔틀버스 제도를 폐지하는 곳이 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회사의 자금사정 악화와 지역 상권과의 갈등을 핵심으로 꼽는다.

먼저 몇몇 게임사는 최근 잇따른 규제 이슈나 급격한 시장 변화에 따른 경기 침체로 판교 입주와 동시에 대규모 인원 감축을 맞은 곳이 많다. 어떤 곳은 판교 입주와 동시에 통근 버스 시스템을 시작했다가, 갑자기 이용할 직원이 줄어 노선을 대폭 축소한 곳도 있다. 혹은 출근 시간에만 운행하고, 퇴근 시간 버스 운행을 없앤 회사도 있다. 이에 한 개발자는 사내 복지는 좋아진 반면에 통근 버스는 사라지자 “퇴근하지 말라고 없앴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성남시 지역 상권이나 운송 업체와의 요청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큰 대기업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싶어도, 지역 정부기관과 운송업체 등과의 협의가 필요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엮인다”며, “넥슨이나 엔씨소프트는 광역 버스를 운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셔틀버스 사라지는 판교, 출퇴근길 교통체증 해결좀…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최소 640여 개의 업체, 2,700여 명의 IT종사자들이 매일같이 출퇴근 길에 오른다. 12월 말이면 천여 명이 넘는 넥슨의 입주를 마지막으로 대규모 이동은 마무리된다. 주차난, 교통난 등으로 심하게 북적대는 길거리와 교통난은 더욱 심각해질 예정이다. 게다가 셔틀버스까지 축소되는 상황을 보면, 개발자들이 “브라보! 판교 라이프”를 외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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