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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해적금지 법안 `SOPA` 게임업체도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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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해적행위 금지법, SOPA 반대 의사를 담은 캠페인 이미지


강력한 인터넷 규제 법안으로 미 백악관마저 반대 의사를 표명한 ‘SOPA(Stop Online Piracy Act, 온라인 해적행위 금지)’에 현지 게임업체 역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1월 14일, 미국 백악관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유로운 정보 소통을 저해하는 SOPA와 PIPA에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자 월스트리트저널, 폭스 등을 소유한 미국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트워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저작물 불법복제에 협조하고 있다며 강한 비판의 글을 남겨 크게 이슈화되었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SOPA, 과연 어떤 법일까?

2011년 10월, 미국 공화당 라마 스미스 법사위원장을 통해 발의된 SOPA는 게임, 만화 영화와 같은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미국 콘텐츠의 불법복제, 판매를 금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저작권을 보유한 개인 혹은 업체는 저작권을 침해한 사이트를 미 법무부에 알려 도메인 접속을 차단하고 검색이 되지 않도록 조치할 수 있다. 문제시된 사이트에 대한 온라인 결제 시스템 지원 역시 중단된다. 해당 법안은 현재 미국 음악계와 영화계 등 저작권 단체의 강한 지지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SOPA는 긍정적인 목적 하에 발의된 제도지만 그 방법이 매우 과도하다는 평도 있어 강력한 반대 여론이 형성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구글, 야후, 유튜브, 페이스북, 징가, 트위터 등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대표 업체는 2011년 반대 성명을 내고 뉴욕 타임즈 등 현지 일간지에 이에 대한 전면광고를 낸 바 있다. SOPA가 표현의 자유와 혁신을 저해하고 사이버 보안위협을 높이며, 오랜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를 받쳐온 IT 산업을 위축되게 만들어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골자다. 정부 및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저작권 침해를 빌미로 SOPA를 인터넷 검열의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 역시 제기됐다.

현지 여론의 강력한 반발에 라마 스미스 의원은 저작권을 가진 사업자의 사이트 차단 권한을 삭제하겠다며 한 발 물러난 상태다.

게임은 영화, 음악과 함께 미국 콘텐츠 산업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SOPA에 대한 현지 게임사들의 입장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표현의 자유를 바라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지만 불법복제로 인한 손해를 막고 싶은 마음도 간절한, 두 가지 입장을 동시에 가진 현지 게임업계는 SOPA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EA, 소니, 닌텐도가 지지 명단에서 빠진 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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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PA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힌 미국 게임산업 대표협회 ESA


업체 34곳이 소속된 미국 게임산업협회,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이하 ESA)는 지난 1월 3일, SOPA에 지지 성명을 발표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산업발전과 개발자를 위해, 기술적인 진보는 물론 콘텐츠 보호 역시 중요함을 깨달았으며, 정부/의회와 뜻을 같이하여 불법복제가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저해하는 불법복제와 맞서 싸울 효율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ESA의 입장이다.

미국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ESA로써는 불법복제로 인한 금전적 손실을 간과할 수 없는 입장에 놓여 있다. 2011년 2월 국제 지적 재산권 연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브라질 등 총 5개 국가가 해적 행위가 가장 심한 곳으로 손꼽힌 바 있다.

극심한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유비소프트는 지난 10년 인터넷으로 인증을 하지 않으면 게임을 실행할 수 없는 강력한 DRM(불법 복제 방지 시스템)을 실시했으나, 싱글 플레이조차 제한된다는 점이 네트워크 사정이 불안정한 현지와 맞지 않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 프랭크 피어스 부사장은 “DRM 개발은 지는 싸움”이라는 말까지 꺼냈을 정도. 그만큼 불법복제 근절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게임업계가 해결해야 할 어려운 숙제다.

이에 따라 ESA 안에 소속된 업체 대부분은 이에 공조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동조 체제에서 빠지거나, SOPA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내며 현지 여론과 맞춰가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업체가 EA와 소니, 닌텐도로 이 세 업체는 SOPA를 지지하는 업체 명단에서 빠졌다.

우선 EA는 해외 게임전문매체 Joystiq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사는 SOPA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겠다”라며 입을 다물었다. 닌텐도와 소니 역시 SOPA 지지에서 노선을 바꾸었을 뿐 이에 대한 입장을 전하지 않았다. 특히 소니는 SOPA 지지로 인해 2011년 4월, 대규모 해킹 사태를 일으킨 바 있는 해킹 단체 ‘어나니머스’로부터 재차 해킹 위협을 당하는 해프닝까지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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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킹 단체 어나니머스가 소니 측에 보낸 경고 메시지


ESA에 소속된 업체지만 SOPA에 대한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힌 업체도 속속들이 드러났다. 플랫폼을 망라한 대표 게임엔진 ‘언리얼 엔진’의 에픽게임즈는 “자사 역시 해외 사이트의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친 더 좋은 방법을 택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리프트’의 개발사 트라이온 역시 공식 포럼을 통해 SOPA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에 속하지 않은 개발사 사이에서도 속속들이 반대 의사가 도출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라이엇 게임즈와 ‘토치라이트’의 개발사 루닉 게임즈, 처녀작 ‘파이어폴’을 개발 중인 레드5, ‘헤일로’의 아버지로 유명한 번지스튜디오 등의 업체도 SOPA 반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그 중 라이엇 게임즈는 “현재와 같은 형태의 법률은 자사와 게이머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막대한 비용부담을 지운다”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미국 대표 게임쇼 E3를 주관하는 현지 게임산업 대표단체 ESA는 SOPA에 지지하고 있으나, 일부 업체 사이에서 이에 반박하는 의사가 개진되며 현지 업계 역시 완전한 의견합치를 이루지 못하는 실정이다. 불법복제는 막아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애매한 위치에 끼어 있는 것이 현재 미국 게임업계의 현 상황이다.

강력한 반발로 인해 올해로 처리 시안이 넘어온 SOPA, 이 열지 않은 판도라 상자가 앞으로 계속 닫힌 상태로 남을 것인가? 만약 통과된다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게임업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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