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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놀이에서 대중의 문화로! 성인게임 열풍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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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성인 온라인게임`을 표방하여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는 `A3`

2002년 언론에 처음 등장한 액토즈소프트의 ‘A3’는 당시 국내에서는 드물게 성인 전용 온라인게임을 슬로건으로 내걸어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당대 보도를 살펴보면 영상등급위원회가 실시하는 사전심의제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대부분의 업체가 전체 이용가를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돌연 ‘성인전용’을 표방하고 나선 ‘A3’의 도전이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 궁금하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게임업계의 트랜드가 청소년 위주에서 성인까지 포섭하는 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게임물등급위원회를 통해 등급분류를 받은 온라인게임 중,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34%로 전년도 동기와 비교했을 때 8%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추세를 전체 등급분류 건수가 예년 103개에서 46개로 줄어든 현상과 묶어 게임업계 대목 중 하나인 겨울방학 시즌 성수기는 자취를 감추고, 그 빈자리에 성인게임이 자리했다고 평가했다.

2012년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블러디헌터’와 ‘세븐코어’는 성인 코드를 강조하여 인지도 확보에 성공했다. 또한 라이브플렉스는 ‘퀸스블레이드’, ‘드라고나 온라인’ 등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주력으로 삼으며 ‘성인’을 확실한 마케팅 콘셉으로 삼았다. 올해 초 OBT에 돌입한 엔도어즈의 ‘영웅시대30’은 ‘30대 헌정 무협게임’이라는 문구로 눈길을 끌었다. 2012년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블레이드&소울’과 ‘디아블로3’ 역시 성인게임이다.

청소년 이용가 등급을 받은 게임이 청소년 이용불가로 재심의를 받는 사례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국내 첫 테스트를 앞두고 있는 ‘리프트’이다. 넷마블은 15세 이용가 등급으로 판정된 ‘리프트’를 재심의를 신청하여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에 대해 넷마블은 “유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원하는 의견이 많았다”라며 “이러한 게이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재심의를 신청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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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세에서 청소년 이용불가로 다시 연령등급을 받은 `리프트`

이 외에도 라이브플렉스의 ‘징기스칸 온라인’ 역시 15세 이용가에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재심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최대한 낮은 연령등급을 받기 위해 노력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선혈효과 수정 등 몇 번간의 후속 조치를 통해 연령등급을 18세에서 12세로 낮추었던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가 대표적인 사례다.

청소년 이용가 게임이 성인게임에 비해 가져가는 가장 큰 이점은 잠재고객층이 넓다는 것이다. 성인만을 대상으로 삼는 것보다 성인과 청소년을 모두 흡수하는 것이 양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이용자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장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업계가 성인게임을 조명하기 시작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 게임 연령대 확신은 전세계적인 현상

국내 게임업계가 성인게임을 주목하는 흐름에는 사실 많은 요인이 작용한다. 청소년 유저에 비해 자금력과 구매력이 높은 성인 유저의 경우 아이템 구매 비중, 즉 객단가(APRU)가 높아 매출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많다. 개발사 입장에서도 콘텐츠 기획에 있어 청소년 이용가 게임보다 사회적인 제약이 낮아 보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안고 간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는 게임의 광고에도 그대로 이어져 성인 유저들의 유입을 유도하는데 유리하다.

또한 청소년보다는 장년층의 선호도가 높은 ‘낚시’, ‘바둑’, ‘무협지’ 등과 같은 소재를 부담 없이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소재는 성인들의 향수를 자극하거나 평상시에 하기 어려운 레저 스포츠를 게임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어필할 수 있다. 여기에 2종의 셧다운제가 시행되며 청소년 이용가 게임보다 상대적으로 제도에 구애 받지 않는 성인 게임에 대한 업계의 니즈가 커졌다는 점이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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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고한 `성인` 겨냥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굳힌 `퀸스블레이드`

그러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게임의 주요 연령층이 10대 소년 중심의 저연령에서 20대에서 30대 이상의 청년층으로 확산되었다는 점에 있다. 2010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여가시간에 즐겨 하는 활동으로 게임을 꼽은 만 20세 이상에서 24세 사이, 만 25세에서 29세 사이의 응답자는 전체의 37.1%에 달한다. ‘영화’의 비율이 각각 25.4%, 30,6%로 게임에 이어 2위에 그친 것과 비교했을 때, 게임은 영화, TV 시청과 같이 국내 청년층의 대표적인 문화생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평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추세는 비단 국내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미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가 발표한 현지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미국 게이머의 평균 연령은 37세이며, 이 중 50세 이상 게이머의 비중이 29%에 달한다. 여기에 미국 성인 게이머의 경우 평균적으로 12년 이상 게임을 즐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년 시절의 취미가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전가된 것이다.

전통적인 게임강국으로 손꼽히는 일본에서도 장년층의 게임 이용 비율이 높음을 나타내는 자료가 공개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1년 한일 게임이용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세~24세의 현지 응답자 중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한 비율은 전체의 72.5%, 35세~39세는 68.9%로 집계되었다. 이용비중이 93%에 달하는 10~14세 이용자에 비해 상대적인 수치는 낮으나 이와 같은 조사결과는 일본 청년층과 중년층 사이에도 게임이 주요 여가수단으로 자리잡았음을 시사한다.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신흥 게임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역시 청년과 장년층의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터넷소비조사연구센터가 2010년 9월에 발표한 중국 게임 시장 이용자 소비 조사에 따르면 24세에서 40세 사이의 연령대가 온라인게임과 PC게임, 휴대용/콘솔 게임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유럽에서도 게임 연령대의 확산 현상이 포착되었다. 2011년 11월 영국 인터넷 광고 협회가 발간한 Gaming Britain report에는 영국 게이머 중 24세에서 45세 사이의 비중이 전체의 44%로 가장 많았으며, 45세~65세 연령층이 그 뒤를 이었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있다.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는 독일인 2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2011년 독일 게이머 평균 연령은 31세이며, 이 중 여성 게이머가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달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게임, 청소년과 성인을 아우르는 대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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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스타즈 2010 중 1080 우린 한가족 게임 한마당에 참여 중인 68세 참가자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발표한 2011년 게임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학부모가 전년도에 비해 9% 증가한 20%로 집계되었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1년 국민들이 가장 즐겨하는 여가 활동 중 1위로 게임이 꼽혔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즉, 게임은 소년의 놀이에서 대중의 여가로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 이용 연령대의 고령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언젠가 할아버지와 손자가 한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하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한국심리학회지가 지난 2010년 발간한 ‘한국 청소년과 성인의 게임에 관한 사회적 표상’ 논문에는  ‘게임’은 더 이상 ‘게임 중독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여가 문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보는 것이 적절하며, ‘게임’을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수록되어 있다.

게임의 주요 고객층은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 두드러진 ‘성인게임’ 열풍은 이용 연령대가 올라가는 시류에 맞추고자 한 게임업계의 움직임 중 하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성인 온라인게임의 빈도수 증가는 게임이 청소년을 포함한 대중의 여가문화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트랜드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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