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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스트랜딩 2, 코지마가 선사하는 30시간 걸작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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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스트랜딩 2 초반부, 루와 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데스 스트랜딩 2 초반부, 루와 샘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본래 한 게임을 붙잡으면 무조건 끝까지 플레이하는 것을 하나의 원칙으로 여긴다.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을 때 완성되는데, 엔딩 보기를 포기한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가 바로 '데스 스트랜딩(Death Stranding)'이었다. 중반부까지 플레이하다 특정 구간에서 BT에게 지속적으로 고통 받았고, 불편한 PC판 조작, 자잘한 불편 요소, 긴 컷신, 복잡한 세계관에 지쳐 '유튜브 에디션'이라는 낙원으로 도망쳤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데스 스트랜딩 2: 온 더 비치(Death Stranding 2: On The Beach, 이하 데스 스트랜딩 2)'의 소식이 들렸을 때도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전작과 비슷하다면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실제 데스 스트랜딩 2를 플레이하자마자 단숨에 엔딩까지 직진할 정도로 몰입했고, 히데오 코지마 디렉터 특유의 서사에 빠져들었다. '전작은 사실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 아니었을까?' 하는 콩깍지까지 씌워질 정도였다.

▲ 데스 스트랜딩 2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 채널)

멕시코부터 호주까지, 다시 시작된 샘 포터의 배달 모험

시간적 배경은 데스 스트랜딩의 엔딩으로부터 11개월 후다. 전작 스토리를 가볍게 되짚은 후, 이제 막 걷고 이유식을 먹을 정도로 자란 아이 '루'와 주인공 '샘 포터 브리지스'의 컷신과 함께 게임은 시작된다. 루의 존재가 미국(UCA)와 브리지스에 알려지면 안되는 만큼, 샘은 접촉 공포증을 이겨냈음에도 루와 단 둘이서 미국 남부 멕시코에 몸을 숨기고 살아간다. 

그런 샘에게 전작 핵심 등장인물이자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 프래자일이 찾아온다. 프래자일은 미국이 이제 더 이상 인간 포터에게 기댈 필요가 없어졌고, APAS 4000이라는 시스템이자 하나의 그룹이 배송 시스템 전체를 혁신해 배송을 관리하고 있다고 전해준다. 이에 프래자일은 미국 바깥의 배송을 담당하는 조직 '드로브리지'를 신설하고, 네트워크가 미치지 않는 UCA, 미국 바깥에서 일할 수 있는 포터를 구하고 있었다.

▲ 루를 키우는 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숨어 지내는 샘을 찾아온 프래자일 (사진: 게임메카 촬영)

프래자일은 샘이 루를 지키기 위해 접촉 공포증을 이겨냈음에도 고립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겼다. 마침 전설적인 배달부(포터)가 꼭 필요한 임무, 다시 한 번 카이랄 네트워크를 연결해야 하는 임무가 떨어졌고, 프래자일은 이를 다시 한 번 샘에게 요청한다. 특히 여전히 타임폴 호우 영향권에 있고, 좌초체(BT)가 수시로 나타나는 멕시코에서는 샘과 같은 능력자가 필요했다. 그렇게 샘은 루를 프래자일에게 맡기고 다시 한 번 모험을 시작한다.

이후 샘은 멕시코 전역을 누비며 네트워크를 연결한다. 하지만 이후 큰 비극이 일어나고, 샘은 재기가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또다시 프래자일이다. 프래자일은 샘에게 거대 함선 DHV 마젤란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을 카이랄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는 계획에 동참하기를 설득한다. 샘은 이를 받아들여,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거대한 세계를 잇기 위한 배달을 시작한다.

▲ 폐인이 된 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DHV 마젤란, 타르를 통해 이동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배달의, 배달부에 의한, 배달을 위한

데스 스트랜딩 2의 전반적인 게임성은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플레이어는 샘 포터 브리지스가 되어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물품을 배달하고, Q 피드로 카이랄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일을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프레퍼)과 대화도 나누고, 새로운 장비를 받기도 한다. 비가 내리는 곳에는 여전히 기괴하고 위협적인 BT가 떠다닌다. 전작보다 샘의 능력이 강화되어 BT가 쉽게 보여, BB 수치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등 편의성이 개선됐다.

특히 '배달'이라는 독특한 요소는 데스 스트랜딩 2에서도 게임 전반을 지탱한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적을 제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데스 스트랜딩에서는 물건을 지키는 것이 항상 제 1순위다. 특히 BT에게 패배하면 보이드 아웃이라는 폭발이 일어나는데, 이때 모든 화물이 산산조각난다. 때문에 배달 중에는 적과 싸우기 보다는 회피하는 방향을 자주 선택하게 된다. 

▲ 전작보다 빨리 사용할 수 있는 탈 것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하던 배달 맛 그대로, 속도를 조금 더 높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대응 수단과 무관하게 적을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력감과 불쾌함이 생기고, 화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여서 플레이 전반이 불편하다. 하지만 그만큼 진짜 배달부가 된 것처럼 게임에 몰입하는 감각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물론 이에 따라 전체 플레이 시간 동안 걷거나 탈 것에 몸을 맡기는 일이 많고, 그 과정에서 넘어지거나 스태미너가 떨어지는 등 신경 쓸 요소도 많다. 거대 보스전이나 도적 캠프를 무력화시키는 전투도 분명 감초처럼 더해지지만, 기본적으로 물건을 옮기는 과정 자체가 싫다면 호불호가 나뉜다.

전작 대비 달라진 점은 전반적인 속도와 흐름이다. 전작에서 샘은 전설적인 배달부라는 이명이 어색할 정도로 초반 장비가 허술했다. 수많은 지역을 비틀거리며 이동해야 했고, BT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은 사실상 게임 중반부에 얻는다. 때문에 초반부와 중반부 게임이 늘어지고 지루하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반면 데스 스트랜딩 2에서는 초반 미션부터 블러드 그레네이드와 BT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탄약 업그레이드가 개방된다. 또 배달 임무, 스토리 컷신, 전투와 보스전의 분량이 균일하게 조정된 느낌이다.

중반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운반하는 과정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작과 마찬가지로 BT와 생존주의자라는 새로운 택배 강도(뮬)를 통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모래 폭풍과 같은 기후 변화도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다만 중후반부에는 피할 수 없는 억지 위기 순간도 간혹 등장했는데, 긴장감을 높이는만큼 불쾌감도 느껴졌다.

▲ 모래 폭풍, 번개가 떨어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눈이 달린 신종 BT '와처', 총으로 제압 가능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첫 보스전, BT처럼 생긴 거대한 기계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몸의 70%가 영화로 이루어진 남자의 게임

데스 스트랜딩 시리즈의 장점이면서도 단점은 '영화 같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컷신과 연출을 매우 탁월하지만, 전반적인 속도나 분량 조절 면에서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실제 배우를 캐스팅해 만든 컷신의 품질은 탁월하다고 평가를 받았으나, 엔딩 부분에서 나레이션과 컷신으로만 약 2시간을 소요하는 등 과도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데스 스트랜딩 2는 두 번째 작품인 만큼 전작의 단점을 상당히 극복했다. 여전히 컷신이 많았으나 그 길이가 거슬릴 정도로 길지 않았고, 후속작인만큼 전작처럼 후반부에 전반적인 설정을 늘어놓으며 풀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특히 '코퍼스'라는 일종의 백과사전을 통해 수많은 설정과 캐릭터 설명을 대신한다. 전작과 같이 배달 도중 시점이 멀어지며 음악이 나오는 등의 영화적인 연출은 탁월한 그래픽과 합쳐져 감탄이 나오는 영상미를 전했다.

▲ 다시 등장한 악연 '힉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솔리드 스네이크'가 떠오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컷신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초반부 주요 악역인 '힉스'와 만나는 장면에서의 카메라 워크는 해당 캐릭터의 기묘한 능력과 뒤틀린 성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면서 몰입을 더한다. 중반부 '레이니'라는 여성 캐릭터와 만날때는 청량한 음악과 빗방울이 부서지는 모습, 변화하는 자연의 생동감 등을 세밀한 영상미로 표현한다. 특히 세계관에서 비는 파괴와 노화를 상징하는 소재임에도 역설적으로 아름답고 생동감있게 선보여 레이니의 능력을 부각시킨다.

이러한 연출의 아름다움은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데스 스트랜딩 2는 코지마 히데오 디렉터의 전작뿐만 아니라 데스 스트랜딩 자체의 오마주도 많다. 특히 해골 특수부대와의 총격전은 '메탈 기어 솔리드'의 오마주임과 동시에 전작 '클리프'와의 전투신이 그대로 연상된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더 많은 장면에서 전작의 변형이나 상징이 컷신과 연출을 통해 표현됐고, 그만큼 전작을 꼼꼼히 플레이했다면 '아는 만큼 더 보였을 것'이라는 좋은 의미에서의 아쉬움마저 느껴졌다.

▲ 원경에서 배경과 함께 배달하는 장면이 담긴다, 아름다운 노래는 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다시 만난 유쾌한 남자 '하트맨' (사진: 게임메카 촬영)

동료들과 '연결'이라는 정체성

전작은 캐릭터를 통해 상징을 드러내고, '연결',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잇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줬다. 이번 작품에서는 드로브리지의 새로운 맴버들이 동참하며, 여전히 연결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특히 샘이 타인과 접촉을 덜 꺼리게되며 이들과 함께하는 이야기는 전작과 비교하면 다소 신선하다.

이전에 등장한 데드맨, 하트맨, 프래자일에 이어 레이니, 타르맨, 투모로우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함께 한다. 이들은 면면을 살펴보면 장애가 있거나, 슬픈 과거를 지녔거나, 약한 이들이다. 이들이 함께 DHV 마젤란에서 드로브리지의 구성원으로서 힘을 합치는 일부 장면은 찡한 울림을 전한다. 다만 직접적인 상호작용은 적고, 주로 컷신 대화를 통해 서사가 드러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 투모로우와 레이니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사려깊은 동료 '돌맨' (사진: 게임메카 촬영)

특히 인상적인 동료는 사려깊고 선량한 '돌맨'이다. 이름 그대로 정신(카)이 작은 인형에 고정된 캐릭터로, 드로브리지에 가입한 후부터 샘의 여정에 동참한다. 전작에서 샘은 항상 혼자 배달했고, 때문에 플레이어가 함께하는 BB에 더 많은 애착을 갖도록 설계됐다. 이번 작품에서는 샘, BB, 돌맨이 함께하면서 샘이 비로소 타인과 관계를 맺고 한 팀이 됐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위험의 순간이나 흥미로운 장면에서 돌맨이 한마디씩 거들며 여행의 감초 역할을 하는 것은 덤이다.

소재 활용에 꼼꼼한 코지마 디렉터의 게임답게 주인공이 사용하는 아이템에도 연결을 상징하는 요소가 차용된다. 전작에서는 '수갑' 형태였던 단말기가 엄지 손가락에 끼는 반지로 변경됐는데, 사용하면 저절로 '엄지척'을 하게 된다. 보호와 고립을 상징하던 수갑이 자연스럽게 타인을 칭찬하고 관계를 맺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변경된 셈이다. 여기에 다른 유저들이 지은 건물과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과, 도움을 요청을 했을 때 수많은 다른 '샘'들이 보호 물자를 보내는 등 협력이 가능한 특유의 시스템이 합쳐지면, 외로운 배달게임임에도 타인과 함께한다는 감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 엄지에 장착한 단말기를 사용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시리즈 전통 (사진: 게임메카 촬영)

데스 스트랜딩 2는 전작의 단점을 개선하고 데스 스트랜딩만이 줄 수 있는 감각을 극대화한 게임이다. 물건을 배달한다는 핵심 게임성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탁월한 영상미, 아름다운 배경 음악, 매력적인 캐릭터, 비극적이면서도 희망적인 서사가 곁들여지면 전작의 단점마저도 가릴 정도로 빠져들게 된다. 데스 스트랜딩을 경험하지 않은 게이머에게도 추천하며, 데스 스트랜딩을 해본 게이머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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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마프로덕션
게임소개
데스 스트랜딩 2는 1편에 출시된 데스 스트랜딩 후속작이다. 전작 주인공 샘 포터 브리지스와 그와 인연을 맺어왔던 프래자일이 재회한다. 노만 리더스, 레아 세두 외에도 엘 패닝, 쿠츠나 시오리, 트로이 베이커 등...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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