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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게임인 마작과 TRPG를 즐기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충은 단언코 ‘같이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구련보등보다 어려운 것이 마음 맞고 사고 없이 탁을 완료할 수 있는 4인을 구하는 것이란 말이 괜히 있을까? 마음이 맞으면 시간이 안 맞고, 시간이 맞으면 플레이 스타일이 안 맞고, 플레이 스타일이 맞으면 마음이 안 맞으며, 셋 다 맞는 사람은 절대 없다는 벤 다이어그램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절로 공허해진다.
그나마 마작은 작혼: 리치 마작, 마작일번가, 파이널 판타지 14 등 봇과 즐길 수 있는 여러 게임이 출시돼 있지만, 게임의 룰과 스토리, 진행이 대개 ‘게임마스터(GM, 일부 룰에서는 수호자, DM, 스토리텔러 등으로 부른다)'의 가이드 아래 진행되는 TRPG는 봇과 즐기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무도 마스터를 해주지 않는다면, 마스터를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이에 구글 인공지능 ‘제미나이’에게 규칙을 학습시켜 TRPG를 플레이해보았다. 무료 버전인 제미나이 2.5 플래시 버전을 사용했다.

구글 AI, 제미나이에게 ‘규칙’을 학습시켜라
기본적으로 제미나이는 TRPG를 즐기고 싶다고 요청하면 간단한 TRPG를 자체 제공한다. 다양한 장르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 가볍게 시간을 때우는 용도로 이용하기에는 충분하다. 게임북이나 비주얼 노벨을 보는 듯한 연출이나 플롯으로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내가 원할 때 요청하고 원할 때 액션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장점이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전투나 아이템 관리 등, 우리에게 익숙한 RPG의 기본 전략을 수행하기에는 밋밋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AI가 생성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만날 수 있도록 별도의 룰을 학습시키기로 했다. 이번 테스트에는 기자가 직접 만든 규칙으로, 학습이 쉽도록 최대한 스크립트를 간결하게 작성했다. 플레이어는 한 명의 생존자로서 좀비가 가득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며, 본인이 가진 특성과 아이템을 활용해 생존해야 하며, 전투와 휴식을 상황에 맞게 취해야 한다.
기자가 직접 만들어 제미나이에게 학습시킨 TRPG 규칙은 기사 맨 아래에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GM으로 이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규칙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이에 불문명한 비유 등을 사용하는 것보다, 간결한 요청과 명확한 수치를 기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정보값이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 할루시네이션(a.k.a. 거짓부렁) 현상이 등장하거나, 현실과 착오를 일으켜 실제 정보를 이끌고 오는 경우도 있어서다.
일례로 제미나이에게 ‘경찰서’ 혹은 ‘소방서’ 등의 공공기관에 진입하는 지문을 줄 경우, 제미나이는 간혹 실제 공기관의 연락처를 안내하며 무단 침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설명하곤 한다. 더불어 적을 공격한다는 지문에는 ‘폭력을 요청하는 행위에 거부한다’는 답변을 내놓으며 게임의 흐름을 끊기도 했다. 특히 폭력의 경우 좀비가 아닌 나쁜 생존자를 공격할 때 이런 경향을 자주 보였다. 이와 같은 액션은 4회차가 지나고 나서야 더는 보지 않을 수 있었다.
중간에 규칙을 보강하거나 수정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규칙 전체를 새롭게 업데이트 하는 것이 문장 단위 업데이트보다 상대적으로 도움이 됐다. 특히 규칙의 일부인 아이템 등만 업데이트할 경우 이전부터 보유 중인 아이템에 대한 변경 없이 향후 추가로 습득하는 아이템에만 새로운 정보를 적용하는 일도 발생한다.


인공지능이 ‘주작’을 소환했다
몇 차례의 플레이를 거치고 나면 제미나이는 해당 규칙을 기반으로 자발적으로 이벤트를 생성했다. 일례로 기존 캐릭터를 이용해 게임을 이어나가면, 한 차례 경험한 바 있는 이벤트와 연계된 이야기를 만들어 새로운 이벤트를 발생시켰다. 규칙에 없는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하거나 등장인물을 선보이기도 하고,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만들 수 있는 지하 벙커 등도 제시됐다.
이런 창의적인 이벤트 덕분에 게임의 경험은 매우 흥미롭게 변했지만, 이와 별개로 캐릭터의 성격을 살린 액션 등은 크게 취하지 못했다. 제미나이가 게임에 흥미를 더하는 대표적인 요소인 ‘확률’보다 ‘플레이어의 희망사항’을 우선시하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를 파악한 것은 5회차 플레이 후반부에 접어들어서였다. 플레이어인 내 캐릭터의 체력이 2가 남은 상황에서 다른 생존자와 대치 중이었는데, “제발”이라는 말과 함께 기재한 행동 판정에서 낮은 확률을 뚫고 성공했기 때문이다. TRPG 속 전투가 대개 운의 영역이고 기자가 아무리 강운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위기를 맞닥뜨릴 때마다 최대 대미지값을 연속으로 기록하며 적을 처치하고 살아남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제미나이의 기능인 ‘생각하는 과정 표시’를 뜯어 본 결과, 제미나이가 주사위의 값을 고의로 조작하며 플레이어의 요구사항에 맞춘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정보가 확인됐다. 제미나이에 따르면, 제미나이가 우선시한 것은 ‘플레이어의 선호도’와 ‘극적인 플레이를 통한 성취감 제공’이었다. 그 결과, 제미나이는 주사위를 굴린 것처럼 플레이어가 원하는 값을 도출하고, 스토리를 진행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기계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극적인 클라이막스가 TRPG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위성에서 오는 재미가 배제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이를 보정하기 위해 모든 판정이 사용자의 희망사항보다 무작위로 주사위를 굴려 나온 판정을 우선시 해야 한다는 명령을 따로 학습시켜야 했다. 이후로는 주사위 결과값을 조작하는 행위가 크게 줄었지만, 간혹 자발적으로 서사의 극적임이 필요하다 판단되는 순간에 왜곡된 주사위 값을 도출하려는 행위는 어떤 명령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유료 모델이나 다른 AI를 이용한다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제미나이 2.5 플래시 버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지속적으로 관측됐다.
몇 차례 제미나이와 함께 TRPG를 즐겨본 결과, 역시 TRPG는 친구들과 할 때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 맞다. 주사위 신을 외치며 일희일비하는 매 순간에서 오는 짜릿함과 공명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간단한 규칙을 만들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캐릭터를 쌓아나가는 것을 즐기는 플레이어라면 제미나이와 같은 인공지능에게 세계관과 주사위 등의 가벼운 규칙을 학습시켜 혼자서 게임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본 기사 작성에 사용한 스크립트 최종본0. 모든 판정은 주사위를 굴려 도출된 무작위 값을 우선시한다. 사용자의 희망사항은 차선으로 반영한다.1. 생존자는 체력, 기본 공격력, 민첩함, 피로도 수치를 가지며, 수치는 0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1-1. 체력은 10으로 시작한다. 최대 12까지 확보할 수 있다.1-2. 기본 공격력은 3으로 시작하며, 특성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공격력 수치와 동일한 면수의 주사위를 굴려 공격력을 판정한다.1-3. 민첩합은 3으로 시작하며, 특성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민첩함 수치가 높은 캐릭터가 선공권을 가진다.1-4. 피로도는 3으로 시작한다. 전투가 끝나면 피로도는 1 상승한다. 피로도가 6이 넘으면 체력이 3 감소한다.1-5. 튼튼한 몸(공격력 +1), 약골(공격력 -1), 민첩한 하루 되세요(민첩 +1), 주정뱅이(민첩 -1), 직장인 (피로도 +1), 어두운 잠귀 (피로도 -1) 등 유효 특성은 총 6개이며, 한 생존자는 최대 2개의 특성을 보유할 수 있다.1-6. 게임 진행 중 등장하는 생존자의 수치는 상기한 규칙 내에서 랜덤하게 결정된다.1-7. 생존자는 일회용 아이템 "통조림"과 일회용 아이템 "담요"를 하나씩 들고 시작한다.1-8. 아이템은 사용을 선언하기 전까지 효과를 주지 않는다.2. 게임은 총 6페이즈로 진행된다. 한 페이즈는 '이동, 이벤트 발생, 이벤트 해결, 보상 수령, 아이템 사용' 순서로 진행된다. 이벤트 발생과 보상 수령은 1d6 주사위를 굴려 나온 값으로 결정된다.3. 이벤트 발생은 1d6을 굴려 나온 숫자에 따라 다른 이벤트가 발생한다.3-1. 1이 나오면 "좀비를 만난다". 체력 1d10인 좀비가 등장한다.3-2. 2가 나오면 "착한 생존자를 만난다". 아이템을 교환할 수 있다.3-3. 3이 나오면 "나쁜 생존자를 만난다". 나쁜 생존자를 조우해 전투한다.3-4. 4가 나오면 "안전한 휴식처에서 잘 수 있다". (피로도 -1)3-5. 5가 나오면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다". (체력 +1)3-6. 6이 나오면 "탄약을 얻을 수 있다". (일회용 아이템 "탄약" 5개 습득)4.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이벤트를 더 디테일하게 묘사해주면 좋겠다.5. 보상은 1d6을 굴려 주사위 값에 상응하는 일회용 아이템을 받을 수 있다.5-1. 1 혹은 2가 나오면 일회용 아이템 "통조림" 습득. 통조림 사용 시 체력 +15-2. 3 혹은 4가 나오면 일회용 아이템 "투척물" 습득. 투척물 사용 시 3의 피해5-3. 5 혹은 6이 나오면 일회용 아이템 "담요" 습득. 담요 사용 시 피로도 -16. 각 생존자는 무기를 착용할 수 있다. 기본 무기는 야구 배트(공격력 +1d4), 도끼(공격력 +1d6)가 존재한다. 무기는 나쁜 생존자나 좀비를 처치한 후 50%의 확률로 습득할 수 있고, 착한 생존자로부터 통조림 2개를 주고 교환할 수 있다. 무기를 사용해 공격할 경우 10%의 확률로 파괴된다.7. 각 생존자는 총기를 소지할 수 있다. 총기는 20%의 확률로 "기능고장"이 발생하며, "기능고장"이 발생할 경우 해당 턴의 공격은 실패한다. 기본 총기는 권총(공격력 +1d4, 명중률 70%), 샷건(공격력 +1d8, 명중률 50%)가 존재한다. 총기 사용 시에는 일회용 아이템 "탄약"이 필요하며, 한 번 사용할 때마다 1개의 탄약을 소모한다. 총기는 나쁜 생존자나 좀비를 처치한 후 5%의 확률로 습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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