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AX 2014가 열린 보스턴 컨벤션 센터
게임쇼에 방문하는 가장 큰 목적은 본인이 기다리는 타이틀을 시연해보는 것이다. 지난 11일(북미 기준)에 개최된 PAX 2014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블리자드의 AOS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경우, 행사가 열린 3일 내내, 전시홀이 개방된 후 30분 만에 당일 시연이 마감됐다. 2K 게임즈의 ‘이볼브’는 대기 시간이 4시간에 달했다.

▲ 4시간 기다리면 게임 한 번 할 수 있다
즉, 행사장이 열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모든 시간을 시연에만 투자한다면 오전과 오후에 하나씩, 게임 2종을 시연하면 ‘본전을 제대로 뽑았다’고 자랑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었다. 만약 게임 관련 상품을 사고 싶거나, 다른 곳을 둘러보고 싶다면 하루에 게임 하나를 즐기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정도로 PAX는 만만한 행사가 아니었다.

▲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기다리는 시간이 즐기는 시간보다 긴 건 당연지사
놀라웠던 점은 시연을 기다리는 참가자들의 태도였다. 인기가 많은 게임의 경우, 평균 2~3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것에 비해 시연 시간은 30분 이내로 짧은 편이다. 기자가 직접 체험한 ‘사이코브레이크’의 경우 10시 30분부터 12시까지 총 2시간 30분을 기다린 뒤에야 부스 안에 앉을 수 있었다. 장장 2시간을 넘게 서 있던 상황에서, 참가자들은 입장을 재촉하거나, 초조해하는 모습 없이 모두가 즐겁게 기다림을 감수하고 있었다.

▲ 베데스다의 부스를 위에서 찍은 장면...이렇게 보면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것 같지만

▲ 부스가 아예 안 보일 정도로 그 뒤에 길게 줄이 있다

▲ 약 2시간 30분 동안 기다린 애증의 '사이코브레이크'
여기에 자리가 없거나, 시간이 부족할 경우 기다림에 대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상황도 있다. 올해 PAX에서 ‘문명: 비욘드 어스’를 발표한 파이락시스 게임즈의 강연의 경우, ‘자리가 없다’는 운영진의 말에 1시간을 넘게 기다린 참가자들이 아무런 불만 없이 돌아섰다.

▲ 기다리는데 익숙한 참가자들
기자는 미국 사람들이 이렇게 인내심이 강하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이처럼 기약 없는 기다림이 함께 하는 곳이 이 PAX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오랜 대기 시간에 클레임을 걸지 않는다. 아니 기다림을 감내하는 수준을 넘어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즉, ‘이 게임을 위해 내가 어떻게 그 시간을 기다렸는가’가 PAX에 대한 또 다른 추억거리로 남는다는 것이다.
게임을 기다리는 시간마저 또 다른 게임을 하는 듯이 즐기는 모습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각기 다르다. 낚시할 때 쓰는 간이의자를 가져와서 펼쳐놓고 집에서 가져온 3DS나 스마트폰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도 있었고, 같이 온 일행과 끊임 없이 수다를 떠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이이 시연을 마친 사람과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주위에 지나가는 코스튬 플레이어에게 촬영을 요청하는 풍경도 눈에 띠었다.

▲ 줄서면서 게임하는 거 보고

▲ 들어가서 또 게임을 하는 것이 PAX의 일상이다

▲ 심지어 기다리면서도 게임을 하는 바람직한 자세
PAX는 물론 일반적인 게임쇼는 보통 한 업체당 다수의 게임을 출품한다. 따라서 게임에 따라 대기열이 분리되어 운영된다. 먼저 줄을 서고 있던 참가자들은 뒤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어떤 줄에 서야 하는지, 몇 시간 정도 기다리면 게임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서로 교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같은 게임을 기다린다’는 연대의식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보드게임 좋아하세요? 전시홀 복도도 플레이 공간으로 탈바꿈
PAX의 또 다른 특징은 ‘장소를 안 가리는 게이밍’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PAX에는 플랫폼 별로 프리 플레이 존이 마련되어 있다. PS3나 Xbox360같은 거치형 콘솔은 물론 PC와 휴대용 콘솔, 그리고 테이블탑 게임 전용 공간까지 각각 준비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휴대용 콘솔 프리 플레이 존은 커다란 쿠션을 배치해, 참가자들이 편하게 누워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 편히 누울 수 있는 쿠션이 마련된 휴대용 게임 전용 공간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문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테이블탑 게임 플레이 존이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게이머들이 길게 놓인 테이블 위에 본인이 좋아하는 보드게임을 깔아놓고 진지한 얼굴로 게임에 몰입한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게임을 하든 제한이 없다는 것이 이 PAX의 매력 중 하나다. 즉, 집에서 하던 게임을 가져와도 되고 현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을 사서 바로 뜯어도 된다.

▲ 미국에서 테이블탑 게임은 인기 장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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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 마음에 드는 게임은 현장에서 살 수 있다

▲ '매직: 더 개더링' 부스가 없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보드게임에 대한 인기가 굉장했다
게임을 할 때 별도의 장비나 전원이 필요 없다는 테이블탑 게임의 장점은 PAX 현장에서 진면모를 발휘한다. 즉,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면 복도나 전시홀 외부 공간에서 게임을 펼쳐놓고 즐겨도 된다. 사람이 붐비는 주 동선만 피한다면 이를 지적하거나,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게임에 대한 모든 것을 즐긴다는 PAX의 취지에 맞춰 관련 상점 역시 종류가 다양하다. ‘포켓몬스터’나 ‘마인크래프트’와 같이 인기 게임을 소재로 한 상품이나 보드게임에 쓰이는 다이스, 가구 등을 판매하는 곳이 곳곳에 자리했다. 고전게임부터 최신작까지 커버하는 영역이 넓은 중고 게임 매장도 성황리에 운영 중이었다. 현장에 방문한 일반 참가자의 다채로운 취향을 고려한 입점 현황이 돋보였다.


▲ 잠재 소비자를 놓치지 않는 보드게임 상점


▲ 고전 게임 및 옛날 기종을 판매하는 중고 상점도 운영 중이었다
코스튬 플레이도 춤도, 내가 재미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PAX의 또 다른 명물은 코스튬 플레이다. 전시홀을 걸어 다니다 보면 심심치 않게 범상치 않은 복장을 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중에는 코스튬 플레이를 업으로 삼는 프로도 있지만, 이 날을 위해 준비해온 복장을 차려 입고 나온 아마추어도 상당수 존재한다. 또한 PAX에 올 때부터 코스튬을 입고 와서 그 복장 그대로 집에 돌아가는 이들도 많다.


▲ 코스튬 플레이 복장을 입고 입장하는 사람들

▲ 복장을 갖추고 게임하는 완벽한 게이머
보통 한국에서 코스튬 플레이를 할 경우, 본인이 즐기는 부분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공존한다. 그러나 PAX의 경우, 남의 시선에 관계 없이 내가 즐거우면 만족한다는 것이 주를 이룬다. ‘이 몸매로 이 옷을 입고 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혹은 ‘나만 너무 튀는 것 아닌가’라는 고민은 PAX에서는 통용되지 않았다. 의상을 입는 사람도, 이것을 보는 사람도 이색적인 복장이 가득한 현장의 분위기를 즐기는데 집중하고 있다.



▲ 현장에서 만난 코스어들
한 장소에 코스튬 플레이어가 집중되어 있다 보니, 코스어끼리 마주치는 일도 많다. 이 경우 서로 사진을 찍어주거나, 복장을 칭찬해주는 등 가볍게 교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촬영에도 기꺼이 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가서 촬영을 요청하면 포즈를 취하며 환하게 웃어주며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PAX 2014가 열린 11일과 12일, 이틀 모두 촬영을 거절당한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러한 부분은 춤을 보여주는 행사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올해 PAX에는 2층에 ‘저스트 댄스’ 플레이 공간이 운영되고 있었다. 키넥트를 지원해 춤 동작을 온몸으로 따라 할 수 있는 이 게임의 시연은 말 그대로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는 것이다.

▲ 2층에 마련된 '저스트 댄스' 체험 공간

▲ 믿을 수 없겠지만, 말춤을 추는 미국 여성 분을 만날 수 있었다

▲ '락밴드' 체험 공간도 있었는데...복장이 범상치 않아도 모두 프로 밴드가 아닌 일반 참가자다
이 때 춤을 춘 사람들은 전문 댄서가 아닌 일반 참가자들이기에 프로 수준의 무대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였다. 그러나 무대에 선 사람도, 그들을 지켜보는 관객들도 ‘춤을 잘 추지 못한다’라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게임을 시연하는 사람은 몸을 흔들며 춤에 몰입했고, 이를 지켜본 관객은 춤이 끝날 때마다 박수로 화답했다.
다시 말해 PAX는 남의 눈치를 보지도, 볼 필요도 없는 자유도가 넘치는 행사였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도 이를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PAX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본인이 원하는 방식대로 행사를 즐기고 갔다면 그들은 만족감을 느낀다.


▲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띠었다

▲ 게임대회 중계도 빠지지 않는다

▲ 원하는 물건을 싸게 얻기 위한 노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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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 VS 몸으로 부딪치는 영혼의 대결도 펼쳐졌다
어떻게 보면 앉을 공간도, 식사를 해결할 장소도, 휴식 공간도 방문자에 비해 부족한 편인 PAX에 매년 많은 참가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이 ‘자유로움’ 자체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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