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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세계를 인정하고, 특성 고려한 정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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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게임법과 정책학회 창립세미나 현장

최근 게임정책분야에서 활동하는 학회의 활동이 눈에 뜨인다. 이번에 창립된 한국게임법과 정책학회 역시 이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이 학회가 생각하는 올바른 게임정책 방향성은 무엇일까?

4월 22일, 양재동 엘타워 라벤더홀에서 한국게임법과 정책학회의 창립세미나가 열렸다. 현직 판검사와 변호사는 물론, 법학계와 게임업계 실무자들이 모인 한국게임법과 정책학회는 게임과 관련된 각종 이슈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회의 초대 학회장을 맡은 정상조 서울대 로스쿨 학장은 "대표적인 수출 아이템인 게임에 대해 아주 상반된 정책이 쏟아지며 관련 학계와 업계 모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모여 게임법과 정책에 대해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좋은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바탕으로 학회를 창립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 학회 초대 학회장을 맡은 정상조 서울대 로스쿨 학장

창립세미나에서 나온 가장 큰 주제는 게임만의 독특한 특성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은 영화나 음악과 같은 다른 콘텐츠와는 차별화되는 특성이 있다. 독자적인 가상공간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비슷한 예가 권투의 링이다. 링 안에서는 상대를 때려 다치게 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해도 상해죄나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권투에서도 고의 혹은 반칙으로 위해를 가한 사실이 적발되면 경우에 따라 형법 처벌대상이 되기도 한다. 다시 게임으로 돌아와 두 이용자가 서로 아이템을 사고 팔았다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 과정에서 물건을 판 쪽이 아이템을 주지 않거나, 아이템을 구매한 쪽이 돈을 주지 않았다면 이를 현실의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구분하기 애매하다. 

다시 말해 가상의 룰이 통하는 게임의 특성을 고려해 게임 내 규칙에 포함시킬 영역과 현행법으로 다룰 범주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아주대학교 김민규 교수는 "정책 지향점을 재검토해야 한다. 게임문화를 예로 들면 어떻게 이를 정의하고, 자율성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연구해봐야 한다"라며 "민감한 이슈인 사행성 역시, 이를 게임 안에 둘 것인지, 아니면 별도로 구분할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라며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특화된 새로운 방향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 아주대학교 김민규 교수

서울고등법원 백강진 판사 역시 "게임에는 현실과는 다른 체계로 작동되는 가상세계가 있고, 그 중 일부가 현실과 겹친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저작권법이나 이용자에 관련한 약관이나 불공정거래법 등이 현행법과 관계된 종류다"라며 "그러나 이러한 사안에 기존 민법이나 형법, 소비자보호법을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기존법에 게임을 끼워 맞추기보다는, 먼저 게임과 그 안에 통용되는 가상세계의 정체를 밝히고 여기에 맞는 법 이론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 서울고등법원 백강진 판사

이 외 의견 중에도 눈에 띠이는 내용이 있었다. 수원지방법원 윤웅기 판사는 직접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가 현행법에는 없음을 지적했다. 윤 판사는 "심지어 자율이 필요하다는 논의에서도 게이머의 자리는 없다. 이 문제는 그간 정부와 게임업계간의 이야기로만 진행되어왔기 때문이다"라며 "게이머 입장에서는 누가 주도권을 쥐든지 마찬가지다. 본인의 의견을 반영할 영역이 없기 때문이다. 게이머가 참여하지 않은 자율은 진정한 자율이 아니다"라며 제도적으로 게이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연구과제라고 밝혔다.


▲ 수원지방법원 윤웅기 판사

엔씨소프트 황순현 전무는 게임의 장점을 키워 역기능을 커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전무는 게임의 교육적인 기능에 주목하며 "우리의 게임정책 프레임은 부작용이 있다, 없다로만 나뉘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문화창달은 교육적인 가치와 같은 게임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해서 역기능을 덮는 모습이다. 정책당국 역시 게임이 가진 무궁무진한 창의적인 프레임을 민간업체 및 개발사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방향을 고민할 타이밍이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 엔씨소프트 황순현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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