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
'영웅의군단'은 엔도어즈 김태곤 상무의 100% 모바일 MMORPG다. '삼국지를 품다'가 PC와 모바일을 지원하는 멀티플랫폼 작품이었다면 '영웅의군단'은 오로지 모바일에 초점을 맞춰 제작된 게임이다. '거상'과 '군주', '아틀란티카' 등, 굵직한 PC 기반 MMORPG 제작에 뼈가 굵은 김태곤 상무가 모바일로 넘어오며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은 무엇일까?
5월 28일, NDC 14에서 김태곤 상무는 '영웅의군단 사례를 통해 본 모바일 MMORPG 만들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 상무가 강조한 것은 유저를 5분, 1달, 3개월 단위로 단계적으로 사로잡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곤 상무는 "영웅의군단을 기획하며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유저를 구분하는 작업이었다. 그 기준을 5분, 1달, 3개월로 나눴다. 5분은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유저, 1달은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 3개월은 완전히 게임을 깨친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 유저를 5분, 1달, 3달로 나눠 단계별로 전략을 구축했다
강렬한 인상으로 유저를 잡아라, 5분의 법칙
모바일에서 가장 포커스를 두어야 하는 부분은 '5분'이다.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나 인내심이 높지 않은 모바일 유저를 잡기 위해서는 '5분' 안에 게임 안에 주저앉혀야 한다. '영웅의군단'이 선택한 것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그래픽'과 '사운드'다. 여기에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김태곤 상무는 MMORPG를 고르는 과정은 흡사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즉, 이 게임과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가를 5분 안에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 유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한 '영웅의군단' 인게임 스크린샷
따라서 테스트 역시 5분 이내의 경험을 시험하는데 집중했다. 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이 '5분 단계'에서 시행한 것이다. 이 때 유저들은 1시간 내외로 2주에 한 번씩 게임을 즐기고, 개발자들은 테스터들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모니터링하거나 인터뷰를 통해 반응을 체크한다. 김태곤 상무는 "유의할 점이 유저들의 말이 꼭 사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타격감이 좋지 않아요'라는 반응은, 타격 자체보다 전투까지 들어가는 로그인 과정이나 그래픽에서 받은 느낌이 '타격'에도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성장을 계속 확인시켜주는 것, 5분을 1달로 늘이는 비법
위의 과정을 통해 5분을 넘겼다면 이제 1달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게임의 기본 룰도 알고, 어느 정도 기대감도 있는 유저들을 1달 동안 잡는 비법은 본인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단순히 '육성'이 아니라 본인의 성장 정도를 유저가 깨닫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영웅의군단'에는 접속 중이 아닌 유저와도 싸울 수 있는 비동기식 PVP인 '영웅대전'과 유저들이 1:1 실시간 대전 '콜로세움', 탑을 1층부터 꼭대기까지 점령하는 '혼돈의 탑' 3가지가 존재한다. 특히 '영웅대전'은 접속시간이 짧은 모바일의 특성을 고려해 접속 중이지 않은 유저와 자동전투로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콘텐츠다.


▲ '영웅의군단'의 '영웅대전'(상)과 '콜로세움'(하)
김태곤 상무는 "이 '영웅대전'은 기대하지 않은 효과를 불러왔다. '영웅대전'에서 패할 경우 소량의 골드(게임머니)를 잃는데, 이 점 때문에 유저들이 골드를 남기지 않고 소모하는 것이다"라며 "PC MMORPG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유저들이 골드를 쓰지 않고 쌓아만 둔다는 점이었다. 이거를 소모해서 장비를 사는 것도 콘텐츠인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데 '영웅대전'을 통해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게임머니를 소비해 새 콘텐츠를 즐기도록 유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1달 단계에서는 좀 더 장기적인 포커스 그룹 테스트가 진행됐다. 전문 테스터를 두고, 1달에서 2달 동안 하루에 4시간씩 게임을 즐기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소감을 리뷰로 남기게 한 것이다. 김태곤 상무는 "사실 MMORPG는 콘텐츠가 많아서 개발자가 이를 다 테스트하려 하면 게임을 못 만든다. 하지만 이를 누군가는 꼭 봐야 한다. 따라서 테스터를 별도로 두고, 딱 한 번만 이러한 장기 테스트를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남는 것은 커뮤니티, 3개월 이상으로 넘어가기
1달을 넘어 3달, 유저들은 이미 오랜 시간 게임을 씹고, 뜯고, 맛본 상태다. 김태곤 상무는 이 때 남는 것은 결국 커뮤니티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점을 활용한 콘텐츠가 '광산전'이다. '광산전'은 자원을 채취할 수 있는 '광산'을 둔 길드 간의 대전이다. 김태곤 상무는 "접속시간이 각기 다른 모바일의 특성을 고려해 특정 시간에 만나는 것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또한 플랫폼 상 실시간 대화가 힘드니 게시판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루하지 않은 반복 콘텐츠도 중요하다. 매일 다른 콘셉의 던전이 열리고, 1주일 단위로 아이템 강화에 필요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차원의 틈'이 그 예시다. 3개월이라는 장기간을 테스트할 때 적합한 형태는 '비공개 테스트'다. 김태곤 상무는 "처음에는 MMORPG를 좋아하는 1,000명부터 나중에는 게임 경험이 없는 사람까지 최대 20,000명까지, 5개월 동안 5번 테스트를 진행했다"라며 "테스터의 1일 잔존률과 1주일 잔존률, DAU, 평균 플레이시간과 평균 레벨업 시간 등의 지표를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모바일에도 이미 자본이 아이디어를 이기는 시대가 왔다

▲ 모바일에도 규모의 경쟁 시대가 도래했다
즉, 유저를 5분, 1달, 3개월 단위로 텀을 두고, 각 단계를 테스트를 통해 검증해 완성된 것이 '영웅의군단'이다. 사실 '영웅의군단'은 총 4년 간의 제작기간을 거친 게임이다. 모바일게임에서 이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게임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김태곤 상무는 "과거 온라인게임이 그랬듯, 모바일 역시 참신한 아이디어보다 자본과 규모에 무게가 더 실리는 시대가 오고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현실인 것 같다. 앞으로도 작은 회사가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리라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모바일게임 제작을 생각하고 있는 PC 기반 제작자에 대한 멘트도 남겼다. 김태곤 상무는 "사실 PC 개발자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지금도 모바일 제작을 위해 기존 조직에서 나와서 4~5명씩 적은 규모로 제로에서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라며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온라인게임에서 쌓았던 경험과 노하우, 경쟁력을 모바일로 이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영웅의군단'은 기존 PC MMORPG 경험이 어떻게 경쟁력으로 돌아오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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