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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보장하지 않는 업체, 크라우드 펀딩 '책임강화'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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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와 국내를 막론하고 소규모 독립 게임 프로젝트의 최대 과제는 ‘자금 조달’이다. 특히 수익성이 확실치 않다고 여겨지는 프로젝트는 상대적으로 외부 투자를 끌어내기 어려워 개발 초기부터 난항을 겪곤 한다.

그런 제작자들이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가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다. 소셜 펀딩(Social Funding)이라고도 불리는 이 시스템은, 물품을 구매하려는 예비 소비자들이 소액을 모아 원하는 제품에 투자하는 방식을 뜻한다. 북미권에서는 ‘킥스타터(KickStarter)’가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는 ‘텀블벅’이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으로 성공한 프로젝트는 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후원을 받은 후 정해진 시기에 제품을 내놓지 않거나, 약속된 완성도가 보장되지 않는 사례가 많아져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출범 의도는 좋았지만… 연이은 잡음

크라우드 펀딩은 기본적으로 수많은 후원자의 지지를 기반으로 독특한 프로젝트를 발굴해낸다는 ‘긍정적인’ 목적을 지닌 시스템이다. 실제로 가상현실 헤드마운트 헤드셋으로 잘 알려진 ‘오큘러스 리프트’도 킥스타터로 촉발된 제품이며, 파산 위기에 놓였던 옵시디언엔터테인먼트가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를 출시할 수 있었던 것도 크라우드 펀딩 덕분이다.

하지만 제작자의 유명세, 혹은 실현 불가능한 정도의 계획만 내세워 후원금을 모으는 데만 집중하고, 출시는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많아지며 문제가 촉발됐다. 대표 사례는 컴셉트 ‘마이티 넘버 9’이다. 이나후네 케이지가 만드는 ‘록맨’의 정신적 계승작으로 알려지며 화제가 된 이 게임은, 기존 팬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이틀 만에 킥스타터 목표 후원금액을 돌파했다.


▲ '마이티 넘버 9' 메인 이미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진행은 순탄치 않았다. 실제 그래픽과 당초 공개됐던 콘셉 스크린샷이 어긋난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이다. 실제로 콘셉 스크린샷에서는 2D 그래픽으로 구현될 것으로 알렸으나, 이후 공개된 트레일러에서는 3D 횡스크롤 게임이 모습을 드러내며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2015년 4월로 예정했던 출시일이 두 차례나 미뤄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한국에서는 ‘드래곤 마스터즈’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게임은 2013년 5월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해 텀블벅 목표 금액을 달성했으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출시되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 제작자가 게임 개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려주지 않았고, 2013년 말로 예정됐던 출시 일정이 2년이나 미뤄졌고 현재도 관련 안내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 '드래곤 마스터즈' 텀블벅 후원 페이지 (사진출처: 텀블벅)

제작자와 후원자의 기대치가 부합하지 않아 분쟁이 생긴 경우도 있다. 네시삼십삼분의 ‘회색도시’와 스마일게이트 ‘큐라레: 마법도서관’이 대표적이다. ‘회색도시’는 게임 원화 화보집과 OST 앨범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해, 빠르게 목표 금액을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당초 화보집에 포함된다고 알려졌던 미공개 일러스트와 한정판으로 제공되는 그림액자 약속한 수준에 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게다가 화보집에 삽입된 그림 역시 해상도를 과도하게 늘려 이미지가 깨지는 등 전반적인 제품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 '회색도시' 화보집 텀블벅 후원 페이지

‘큐라레: 마법도서관’ 사건은 조금 더 복잡하다. 스마일게이트는 펀딩 목표금액을 세분화하고 좀 더 높은 수치를 달성할 시, 제공되는 콘텐츠가 추가된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표면적인 후원금은 3,900만 원을 돌파해 3,500만 원 달성 시 제공될 ‘사서 테마곡’이 추가되어야 했다. 

그러나 펀딩이 끝난 후 본래 500만 원 가량을 후원하려 했던 소비자가 후원을 취소하고, 부가세가 차감되는 등 연이은 변수로 최종 인출금액은 3,300만 원 가량에 그쳤다. 이에 스마일게이트는 3,500만 원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사서 테마곡’은 추가되지 않을 것임을 공지했으나, 해당 콘텐츠를 기대하던 예비 소비자들과 분쟁을 빚은 바 있다.


▲ '큐라레: 마법도서관' 텀블벅 후원 페이지

완성 의무 없는 탓… 책임소재 필요하다

앞서 언급된 사례들은 크라우드 펀딩이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가 아닌, 후원차 모인 ‘모금액’이기에 불거진 사건들이다. 시장성이 확보되지 않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먼저 공개하고, 이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제작비를 후원하자는 목적의식에서 시작된 시스템이지만,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여러 가지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법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그리고 프로젝트 주체인 제작자와 펀딩 플랫폼 중 어느 쪽에도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프로젝트 게재와 후원금 결제, 전달의 역할만 하고 완성 여부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그리고 제작자 역시 제품을 출시하지 않거나 퀄리티를 보장해주지 않았을 때 후원금을 돌려줘야 한다거나, 프로젝트 등록이 제한되는 등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는다. 당연히 안정성은 떨어지게 되고, 제품 출시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후원 심리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 (위쪽부터) 킥스타터 로고, 텀블벅 로고

이런 사례가 누적될수록 피해를 입는 것은 향후 크라우드 펀딩을 계획하는 제작자들이다. 지금처럼 크라우드 펀딩의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점점 크라우드 펀딩을 찾지 않게 될 것이다.

텀블벅에서 ‘던전월드’와 ‘누메네라’, ‘제13시대’ 등 총 세 번의 TRPG 펀딩에 성공한 초여명 김성일 편집장은 “크라우드 펀딩은 후원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것이기에 일반 제품 생산보다 더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라며 “제작자들은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출시 예정일보다 일정이 미뤄질 시에는 프로젝트 진행상황에 대해 후원자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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