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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 AD "원화가가 원하는 화풍 게임에 녹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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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는 게임의 ‘첫인상’을 만들어내는 직군이다. 매력적인 그림으로 유저의 마음을 동하게 만들고, 실제 유입까지도 이끌어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래서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지만, 의외로 자신의 화풍으로 잘 알려진 원화가는 흔치 않다. ‘블레이드앤소울’ 김형태, ‘마비노기 영웅전’ 김범 정도로 수렴된다. 이들은 어떻게 자신의 화풍을 게임 속에 녹여내고, 나아가 자신의 그림이 중요 매력 요소로 꼽히는 게임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 씨웨이브소프트 김범 아트디렉터

넥슨은 26일(화), 판교 사옥에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6(Nexon Developer Conference, 이하 NDC16)’을 개최했다. 26일(화)부터 28일(목)까지 열리는 이 행사에는, 실제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연사로 참여해 각자 직군의 노하우를 공유했다. 이중 씨웨이브소프트 김범 아트디렉터가 연사로 선 ‘콘셉트 아티스트를 위한 그림을 통한 소통 방법’ 세션에는 많은 참관객이 몰렸다.

김범 AD는 과거 넥슨에서 ‘마비노기 영웅전’과 ‘듀랑고: 야생의 땅’ 작업에 참여한 원화가다. 현재는 씨웨이브소프트에서 ‘하이퍼 유니버스’의 전반적인 비주얼 콘셉트, 캐릭터 디자인 등을 총괄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드물게, 유저들 사이에 이름이 잘 알려진 원화가이기도 하다.

그는 게임 원화가로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다면, 우선 ‘창작자’ 마음가짐을 잠시 내려놓을 것을 권했다. 신입 게임 원화가의 업무는 프로젝트 전체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작품을 그리기보다, 전체적인 프로젝트 분위기에 알맞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개인 작품이라면 얼마든지 취향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겠지만, 보통 게임 프로젝트는 여러 사람이 협업하는 ‘큰 톱니바퀴’ 형태의 조직으로 굴러가기 때문에 원화가 개인의 분위기와 개성을 관철시키기 힘들다는 게 이유다.

김 AD는 “누구보다 잘 그리고 싶다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라면, 게임 원화가 일이 답답하고 속상할 것이다. 처음에는 결정권이 없고, 단지 기획자가 제시한 설정에 맞춰 이미지를 그려내야 한다. 그림이 통과되지 않으면 계속 수정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잘 나온 그림인데, 게임과 맞지 않다고 바꿔달라는 이야기도 수없이 들을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그림을 통한 소통 방법이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게임 원화가로서 첫 발걸음은 ‘의뢰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한 재료를 조합하는 것’이다. 가령 기획자가 ‘호전적인 제국주의 기사’를 그려달라고 요청했다면, 자신이 상상하는 모습을 구현하기 전에 의도에 걸맞은 이미지를 조합하고 기획자를 설득하는 게 먼저다. 김 AD가 든 예시는 세모꼴 형태를 넣어 ‘호전적’임을 표현하고, 근엄하고 권위주의적인 이미지를 드러내기 위해 딱딱한 선으로 사각형을 삽입하는 등이다.


▲ 김범 AD가 든 '기획 의도에 맞는 이미지 제작' 예시

중요한 부분은 각 이미지들이 가지는 ‘느낌’을 잘 숙지하는 것이다. 김 AD는 "세모는 날카로움, 동그라미는 부드러움, 네모는 안정적이라는 의미로 종종 사용되듯이,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이미지가 많다. 호전적인 제국주의 기사도 그런 ‘상징’들을 모아서 예시로 만들어본 것이다. 이런 이미지들을 잘 활용하면 기획자가 이야기하는 ‘느낌’을 어렵지 않게 묘사할 수 있으니, 콘셉 디자인에 적극 활용하면 좋다. 적응되면 잦은 수정 없이도 시안을 잘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꾸준히 ‘목적’에 맞는 이미지를 구현해 작업물에 대한 신뢰를 얻고, 프로젝트에 꼭 필요한 원화가가 되는 것이다. 매번 그려내는 작업물이 기획 의도에 정확히 부합한다면, 작업자에 대한 믿음이 쌓여 ‘알아서 해달라’고 부탁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그 때가 되면, 반대에 부딪힐 만한 작업도 원화가의 재량으로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게 된다.

김범 AD는 "본인의 결과물을 찾아내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당신이 전문가인 것이다. 타인의 관점과 의사를 고려하여 그림을 그린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고, 본인 스스로의 판단 결과물보다 좋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그것도 처음뿐이다. 꾸준한 소통의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는 당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 김 AD는 원화가는 '예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닌, 정보와 콘셉을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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