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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안되는 거였어? 예전에는 몰랐던 '게임 심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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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왕상호 팀장

게임법에 따라 한국에 게임을 출시하려면 반드시 심의를 거쳐야 한다. 모바일게임은 자율심의지만 PC나 온라인, 콘솔은 사전심의가 의무화되어 있다. 이렇듯 심의는 게임을 내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과정이지만 생각보다 심의 기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장 본인이 만드는 게임이 어떤 '연령등급'을 받을 것 같냐고 물으면 확실하게 답하는 경우가 잘 없다.

여기에 게임을 심의하는 기관에 대한 인식도 희박하다. 보통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가 모든 심의를 맡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게관위의 심의 영역은 성인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에 한정되어 있다. 그 외는 전체이용가부터 15세 이용가까지 민간심의기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이하 GCRB)가 다망하고 있다. 즉, 한국에서 게임 심의를 진행하는 기관은 두 곳이다.

GCRB 왕상호 팀장이 NDC16에 강연자로 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심의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과 기준이 업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자세한 사례 설명을 통해 이해를 돕고자 한 것이다. 왕 팀장은 게임 개발만 15년, 등급분류업무는 10년 간 해온 베테랑으로 과거 게등위(현재 게관위)에 몸을 담았다가 GCRB에 합류했다.

등급은 개발 단계부터 ‘조절’ 하는 것

왕 팀장이 강조한 부분은, 등급분류는 ‘받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고스톱이나 포커류 게임처럼 아예 성인을 노리고 나오는 게임이라면 관계 없지만, 통상적으로 연령등급에 따라 게임 내 표현 수위는 물론 콘텐츠 방향까지 달라지기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어느 연령대를 타깃으로 삼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실제로 원하는 등급이 나오지 않아 다시 심의를 신청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출시 일정에도 큰 타격이 가므로 가급적 한 번에 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왕 팀장은 “게관위와 GCRB가 가장 유심히 보는 부분은 선정성과 폭력성, 사행성이다. 미묘한 차이로도 이용 가능 연령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청을 하기 전에 먼저 기관에 물어보는 게 좋다. 실제로 15세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 간극은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잘 생각하고 분류를 신청해야 한다. 단순히 노출이 많고 잔인하다고 청소년 이용불가를 받는 게 아니고, 사행성 부분에서 15세 수준을 넘을 경우에도 등급이 바뀐다. 특히 15세를 예상하고 GCRB에 분류를 요청했는데, 청소년 이용불가 수준이라고 판정이 날 경우는 게관위에 이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두 배로 걸리니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급분류는 상당히 세부적인 기준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폭력성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도 다양하다. 피의 묘사부터 연출 기법, 유저에 대한 안전 장치 등 상당히 많은 조항이 있다. PvP 구조도 그중 하나다. 만약 전투에 패배했을 때 손실이 없으면 전체이용가, 손실이 과도하지 않으면 12세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손실이 크지만 'PvP 잠금'과 같이 유저가 원하지 않으면 대결을 피할 수 있는 제어장치가 있을 경우 15세가 부여된다. 마지마긍로 제어장치마저 없다면 청소년 이용불가, 다시 말해 성인 게임이 된다.


▲ '니노쿠니'는 사행성 세부 조항 때문에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다

사행성도 국내 게임 심의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애초에 '게관위'의 전신 '게등위' 출범 배경에는 2006년 한국을 강타한 '바다이야기' 사건이 있다. 태생이 이렇다보니 '사행성'은 기관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민감한 영역이다. 그 세부 기준 때문에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니노쿠니’와 ‘파이널 판타지 13’의 사례다.

왕 팀장은 “‘니노쿠니’라는 애니메이션풍 콘솔 게임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적이 있어 논란이 컸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게임 안에 도박을 연상시키는 '슬롯머신 미니게임'이 있어서 성인 게임으로 등급이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 재화가 아닌 게임 머니로 할 수 있는 '뽑기' 같은 경우에는 전체이용가를 부여하는데 ‘니노쿠니’는 특이했다. '슬롯머신 미니게임'이 실제 카지노와 너무 비슷해 ‘사행행위 모사’ 조항에 걸렸던 것이다"라며 "그러나 '니노쿠니'에 대한 결정은 게임 속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카지노는 안 된다'는 것 하나만으로 성인 등급을 내린 웃지 못할 사례다. 그래서 내부 기준을 조정해 유사한 콘텐츠가 포함된 ‘파이널 판타지 13’은 15세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헐, 이것도?’ 등급 재심의 사유가 되는 사소한 요소들

업계에서 생각할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첫 등급이 쭉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콘텐츠 업데이트 내용에 따라 얼마든지 등급은 변할 수 있다. GCRB가 요즘 주목하는 이슈는 ‘아슬아슬한 여성 캐릭터’다. 최근 노출도가 심한 여성 캐릭터를 출시 후 추가하는 게임이 많은데, 이 경우는 출시 전 심의를 받았더라도 재심의 신청을 해야 한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내용수정신고'라고 한다. 실제로 2016년 초 모바일게임 ‘큐라레: 마법도서관’은 청소년 이용가에서 성인 게임으로 바뀌었다.


▲ 한 번은 몰라도 여러 번 반복되면 등급 유지는 어렵다

왕 팀장은 “처음 받은 등급을 기준으로 콘텐츠 업데이트를 하는 게 좋다. 출시 전 15세 이용가 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그 등급이 영속적이지는 않다. 온라인이나 모바일게임은 계속 업데이트가 있는데 할 때마다 내용수정신고를 해야 한다. 요 사이 여성 캐릭터 노출도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하는 게임사가 많다. 심지어 내용수정신고 과정에서 게임과 다른 일러스트를 자료로 제출하는 곳도 있다. 이 경우 '재심의'를 통과했다고 해도 사후 모니터링에 걸리면 다시 '재심의'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따라서 가급적 캐릭터가 앞으로 추가될 옷을 입은 모습을 첨부하거나 실제 서비스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를 제공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더 살펴볼 점은 '공식 홈페이지'도 심의 항목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식 홈페이지에도 본래 받은 등급에 어긋나는 내용을 올렸을 경우 재심의 사유가 될 수 있다. 가령 게임 내에는 노출이 적은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공식 홈페이지에는 노출이 심한 일러스트를 보여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게임의 본래 등급과 수위가 높은 영상이나 이미지가 사용되면 안 된다. 그리고 최근 모바일게임에서 자주 사용되는 '외부광고'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전체이용가 게임에 영화 광고가 진행된다고 가정하다. 그 광고를 클릭했을 때, 남녀가 목욕하는 장면이 등장한다면 이는 심의 기준에 어긋난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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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새롬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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