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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만 있고, 결실 없는 스마일게이트 플랫폼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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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두 달간 대표 자리가 비어있던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의 운명이 결정 지어졌다. 플랫폼 사업이 신규 법인 스마일게이트 스토브로 분할되고, 기존 메가포트는 게임 서비스만을 담당하게 된다. 스토브의 지휘봉을 잡은 권혁빈 회장은 이번에야말로 온라인과 모바일, 나아가 VR을 총망라한 통합 플랫폼을 만들겠노라 천명했다. 그러나 계속 된 결실 없는 도전으로 기대보다 우려가 커져가는 실정이다.

권회장은 지난 2014년 9월, 새로운 법인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를 출범시키며 플랫폼 사업을 강력히 추진했다. 퍼블리싱 조직 스마일게이트 인터넷과 모바일 게임사 ‘팜플’을 통합하여 온라인과 모바일을 아우르는 플랫폼 서비스를 총괄할 계획이었다. 당시 권회장은 차세대 성장동력 창출에 강한 의욕과 의지를 보이며 2,000억 원 투자를 발표, 직접 대표직까지 맡았다.

플랫폼은 콘텐츠와 유저를 연결해주는 창구로, 입점사로부터 막대한 수수료를 얻을 뿐 아니라 시장에 영향력을 확대하기에 주효한 사업이다.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가 벌어들이는 수익 외에 이렇다 할 기반이 없는 스마일게이트는 플랫폼 사업을 통해 새로운 추진력을 얻고자 했다. 첨병 역할을 맡은 메가포트는 모바일 플랫폼 ‘스토브’를 내놓고, 내부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개발도 이어갔다.


▲ 지난해 6월, 모바일 플랫폼 '스토브'를 선보인 스마일게이트그룹 권혁빈 회장

그러나 지난해 6월, 기대 속에 출시된 ‘스토브’는 시장에 안착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1년 사이 ‘스토브’로 출시된 게임은 단 8종이며 그나마도 현재는 ‘거신전기’, ‘러스티블러드’, ‘모두의 불금’, ‘삼국전투기’까지 4종뿐이다. 이 가운데 8월 1일 기준 구글 플레이 매출 500위권에 오른 작품은 단 하나도 없다. 추후에라도 입점사에 메리트가 될만한 유저 풀이 전무하다는 것.

캐주얼 라인업으로 압도적인 국내 점유율을 자랑하는 ‘카카오게임’과 다양한 해외 판로를 지닌 ‘하이브’ 등과 비교해 ‘스토브’ 애초부터 경쟁력이 부족했다. 통합 결제와 국가별 맞춤 CS 시스템은 나쁘지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유저 풀이 너무도 미비했고, 지원 정책에서 차별화하지도 못했다. 해외 파트너를 구하러 국제 게임쇼 E3 2015에 나서기도 했지만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아직 가시화조차 되지 못한 온라인 플랫폼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스마일게이트는 최근 몇 년간 ‘테일즈런너’를 필두로 라인업을 크게 확장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소싱 단계부터 공을 들인 MMORPG ‘아제라’는 초반에 잠시 반등했으나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빠르게 가라앉았다. 출시 3개월 만에 서버가 절반으로 통폐합됐고, 올해 4월 이후로는 아예 업데이트가 끊겼다.

엔트리브소프트에서 이관 받은 스포츠게임 5종도 풍전등화다. 가장 먼저 ‘MVP 베이스볼 온라인’이 서비스 종료했고, 한때 엔트리브 간판이라 불리던 ‘팡야’도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심지어 2017년 초 계약이 종료되는 ‘프로야구 매니저’를 붙잡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그나마 ‘테일즈런너’가 버텨주고 있지만 이는 이관 전부터 10년간 쌓아온 고정 팬덤 덕분으로 풀이된다.  이래서야 설령 기대주 ‘로스트아크’가 와도 온라인 플랫폼이 성립하기에는 역부족이다.


▲ 엔트리브의 간판이었던 '팡야'도 스마일게이트 이관 이후 정리 수순을 밟았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혼란스러운 와중에 권회장은 이번에는 VR 플랫폼 사업을 들고 나왔다. 스마일게이트는 올해 초 스웨덴 게임사 스타브리즈에 4,000만 달러(한화 약 443억 원)을 투자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스타브리즈는 32:9 광시야각 게이밍 VR(Virtual Reality)기기 ‘프로젝트 스타VR’를 개발 중인데, 바로 여기에 스마일게이트가 다방면으로 협력했다. 양사는 VR 콘텐츠를 유통할 플랫폼 구축을 위해 합작사 설립까지 검토 중이다.

VR이 세계적인 신흥 먹거리로 각광을 받는 만큼, 스마일게이트가 해당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허나 메가포트가 들어서고 2년간 플랫폼을 준비했지만 무엇 하나 결실을 맺지 못했는데, 또다시 신규 법인을 세워 VR 플랫폼을 준비하는 것은 자뭇 우려스럽다. 플랫폼 사업을 추진한 후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합할지 분할지를 번복한 것만 수 차례다. 이처럼 뚜렷한 비전도 없이 사업이 갈피를 잡을 수 있을까? 스마일게이트의 위태로운 도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 스마일게이트가 투자한 '스타VR', 향후 플랫폼 구축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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