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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심과 가상현실이 만났다, 도쿄게임쇼는 지금 ‘VR앓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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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게임쇼가 VR(Virtual Reality)과 사랑에 빠졌다. 올해 슬로건은 ‘엔터테인먼트가 변한다, 미래가 변한다’로, HMD를 장착한 마스코트에서 보듯 여기서 말하는 변화는 곧 VR을 가리킨다. ‘가슴이 뛴다면 그것이 게임이다’라거나 ‘더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자’와 같은 추상적인 옛 슬로건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이는 도쿄게임쇼가 VR에 얼마나 무게를 두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5일 개막한 도쿄게임쇼 2016에는 새롭게 VR을 위한 특설 체험관이 마련돼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소니와 HTC 등 대형부스 외에도 여러 중소업체가 저마다 VR기기 및 기술을 시연했다. 앉아서 즐기는 시각적인 체험부터 전신을 움직이는 활동적인 콘텐츠, 나아가 에어바이크와 같은 체감형 기기와의 연동도 확인할 수 있었다.


▲ 룸스케일 모션트래킹부터 체감형 기기 연동까지 다양한 VR 시연이 이어졌다

재미있는 점은 VR을 대하는 일본 현지 업체 및 관람객의 태도다. 앞서 북미 E3나 유럽 게임스컴에서도 VR 전시가 이루어졌지만, 당시에는 신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놀라움이 주된 반응이었다. VR을 통해 이국적인 풍경을 보거나 효과적인 재활 치료를 가능케 하는 등 주로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게임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VR은 이런 것도 가능해, 대단하지?’라고 말하는 듯 했다.

반면 도쿄게임쇼 VR 체험관은 “어때, VR로 이런걸 하고 싶었지?”라고 속삭여준다. VR을 그저 하나의 기술이 아닌 새로운 미디어로 인식하고, 기존의 인기 콘텐츠를 최적화된 형태로 풀어내는데 집중했다. VR로 인기만점 아이돌을 보며 춤추고 귀여운 미소녀와 함께 욕조에 들어가기도 한다. 혹은 그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실감나게 감상할 수도 있다. ‘공각기동대’로 잘 알려진 프로덕션 I.G도 자사의 작품을 VR로 상영하기 위해 부스를 꾸렸을 정도다.



▲ 아이돌 콘서트를 감상하고, 열정적인 치어링까지 보내는 관람객의 모습

VR로 산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콘텐츠에 비하면 미소녀와의 목욕은 기술적으로 하등 가치가 없다. 하지만 솔직히 산이나 하늘보다 미소녀가 더 보고 싶은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상품화할지 고민도 필요하다. 흔히 농담상아 ‘일본은 그런 쪽(?)으로 천재적이다”라고 하는데 적어도 VR에 있어선 100% 맞는 말이다.

세계 최대 서브컬처 시장답게 VR을 어떻게 활용할지 너무나 잘 아는 모습이다. 이제껏 VR 체험은 테크데모를 해보고 분석하는 다소 딱딱한 과정이었는데, 도쿄게임쇼에서는 오락실에라도 온듯한 열기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흠뻑 취해버렸다. 관람객들도 대놓고 VR 속 미소녀의 속옷을 훔쳐보려고 할 정도로(…) 굉장히 몰입했다. 공공장소에서 그런 짓을 서슴없이 하고, 또 그걸 웃어넘길 수 있는 것도 일본만의 강점이지 싶다.


▲VR로 미소녀의 속옷을 훔쳐보기도, 그 어떤 체험관보다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일본은 이미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 등 여러 문화에 걸쳐 전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VR이라는 창구를 통해 이제껏 쌓아온 콘텐츠를 내보이기만 해도 그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다. 일본이 VR 기술 발전에 일익을 담당할지는 확언하기 어렵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콘텐츠 공급에 있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리란 점이다. 다가올 VR 시대에 일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공각기동대'로 잘 알려진 프로덕션 I.G는 벌써 VR 콘텐츠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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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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