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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묻고 업체 대표가 답했다, 게임사 '취업' 일문일답


▲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게임 토크 콘서트 현장

게임업체에 취직하고 싶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막막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첫 취업을 준비 중인 학생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궁금증을 직접 풀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게임인재단과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이 공동으로 주최한 '게임 토크 콘서트'가 그 주인공이다.

10월 17일, 서강대학교 이냐시오관에서 열린 '게임 토크 콘서트'에는 기획, 사업, 아트, 운영 4가지 부분 전문가가 강연자로 나섰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화이트데이' 등을 개발한 로이게임즈 이원술 대표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블리자드 코리아, 오렌지크루 등에서 사업을 총괄한 인챈트 인터렉티브 박영목 대표 ▲'패러사이트', '이블데드', '길드워 2'에 참여한 아트 디렉터 바른손이앤에이 윤용기 대표 ▲ '리니지 2', '아이온: 영원의 탑', '아키에이지', '문명 온라인' 게임 플랫폼 개발과 운영을 담당한 엑스엘게임즈 서동우 본부장 등이 참여했다.


▲ 왼쪽부터 로이게임즈 이원술 대표, 인챈트 인터렉티브 박영목 대표
엑스엘게임즈 서동우 본부장, 바른손이앤에이 윤용기 대표
 

학생 170명이 참여한 현장에서는 게임업계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게임회사에는 반바지 입고 출근해도 되나요?'라는 재미있는 질문부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개발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되는 소양은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는 진지한 학생들도 있었다. 게임 개발자로서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이나 개발자들의 수명이 짧지는 않은지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까지 1시간 20분 동안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  캐릭터 디자인을 공부할 때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지 궁금하다.

윤용기 대표: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을 찾고, 이에 대한 카피를 많이 해보는 것이 좋다. 여러 서적이나 자료를 보면서 기초 드로잉은 물론, 의상 디자인이나 시대 배경을 나타내는 디자인 등을 익히는 것이 좋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을 가진 아티스트의 작품을 습작하며 경험을 쌓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 그림을 그리다 보면 구도나 색감이 비슷해지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다.

윤용기 대표: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끊임 없이 연습하는 것이다. 스케치북을 스마트폰처럼 들고 다니며 버스에서 자는 사람이나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과 같이 다양한 일상을 크로키하며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짬짬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1년 정도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는 구도를 잡을 수 있고, 사물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

- 그래픽 포트폴리오를 준비 중인데 무엇을 제출해야 할 지 사람마다 말이 달리서 혼란스럽다.

윤용기 대표: 아트도 매우 다양한 분야가 있다. 저와 같은 콘셉 아티스트도 있지만, 3D 모델링, 캐릭터 모델링, 배경 모델링, 애니메이터, 이펙터 등이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본인의 전문분야에 특화된 사람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동작을 주로 다루는 애니메이터의 경우, 애니메이션에 대한 능력이 뛰어나다면 그림이나 캐릭터 모델링이 좀 부족해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부분에 큰 관심을 하고 평생 일할 수 있느냐다.


▲ 아트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윤용기 대표

- 게임 기획자는 어떤 것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하면 좋을지 알고 싶다. 또 면접에서 어떤 것을 우선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이원술 대표: 로이게임즈를 기준으로 하면 기획자도 포트폴리오를 받는다. 기본적으로 두 가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우선은 문서 정리 능력이다. 기획자는 다른 파트를 이해시키면서 일해야 되기 때문에 내용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해야 된다. 또 다른 하나는 기획의 참신함이다. 정리하자면 본인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이 봐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따라서 면접에서도 기획자는 다른 파트를 설득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의사소통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로이게임즈에서도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의사소통능력이 떨어지면 배제하고 있다. 따라서 주변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

- 게임 기획자를 지망한다면 어느 정도로 많은 게임을 해봐야 할까?

이원술 대표: 그것은 원하는 방향에 따라 다르다. 대중적인 게임을 원한다면 다양한 게임을 많이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래야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독창적인 게임을 원한다면 게임보다는 다른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저 같은 경우 '리그 오브 레전드'나 '와우'도 해보지 않았을 정도로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다. 게임만 파다 보면 나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대화나 영화, 드라마,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한 경험을 얻고 있다.


▲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게임 기획자를 준비하는 학생에게 팁을 제시한 이원술 대표

- 게임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할 때 분야에 관계 없이 다양하게 배우는 것과 게임 개발에 필요한 언어만 익히는 쪽 중 어느 쪽이 좋은지 궁금하다.

서동우 본부장: 요즘 많은 언어가 등장하는데, 쉽게 만들고 접근할 수 있는 생산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언어의 맹점은 쓰기는 쉬운데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권하고 싶은 것은 C++를 기본으로 하고, 윈도우즈나 iOS, 안드로이드와 같은 운영 체제에 필요한 언어를 익히는 것이다. 기본 언어를 배워놓으면 다른 언어를 공부할 때 편해지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 게임 운영 직군은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 궁금하다.

서동우 본부장: 게임 운영은 다양한 분야로 나뉜다. 저 같은 플랫폼 개발을 맡은 시스템 엔지니어도 있지만 DB 엔지니어, 클라우드 시스템을 다루는 엔지니어도 있다. 여기에 게임을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나라마다 회원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각 사용자의 국적을 구분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도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게임 서비스를 진행하며 쌓이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어떠한 종족이 어떤 레벨에 어떠한 아이템을 많이 사용하는가'와 같이 특정한 부분에 대한 자료를 뽑아서 기획자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 프로그래밍, 운영, 보안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답변을 전한 서동우 본부장

- 게임 사업이나 마케팅 쪽으로 입사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나?

박영목 대표: 마케팅이나 사업 쪽으로 입사하면 회사 경영까지 가게 된다. 게임 사업도 엄밀히 말하면 사업 영역이기 때문에 경영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게임업체의 경우 절반 정도가 해외에서 매출이 나온다. 따라서 마케팅 쪽은 외국어 공부를 권해드리고 싶다. 영어는 물론 중국어나 일본어와 같이 주요 시장과 관련된 언어 공부가 필요하다.

- 게임사 창업을 하고 싶다면 바로 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다른 게임사에서 경력을 쌓은 후 새 개발사를 차리는 것이 나은지 궁금하다.

이원술 대표: 둘 다 장단점이 있다. 함께 회사를 차리기 괜찮은 멤버가 있다면 바로 창업하는 것도 좋다. 게임회사의 경우 신입이 입사하기 힘들다. 이 때 작은 회사라도 창업을 해서 게임을 만들어 출시해본 경험이 있다면 이것이 큰 경력으로 평가 받는다.

박영목 대표: 저는 반대로 아주 어린 분이 창업하는 것을 반대한다. 산뜻한 아이디어도 좋지만 생각보다 세상은 만만치 않은 곳이기 때문에 창업을 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젊은 나이에 신용에 금이 가서 삶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는 창업을 원한다면 준비가 되었을 때 하라고 권하고 싶다. 금전적 준비는 물론 이 사업이 어떠한 것을 의미하는지, 같이 갈 멤버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성공할 자신이 있을 때 하는 것이 맞다.


▲ 사업 및 업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박영목 대표

-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과 회사에서 시키는 일이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은가

윤용기 대표: 창업을 하지 않는 이상 회사에서 주어진 일 내에서 최대한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 맞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거나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싶어도 일단은 맡은 프로젝트를 출시까지 한 다음에 하는 것이 본인 커리어 관리에 좋다. 저 역시 맡은 프로젝트가 끝나기 전에 회사를 옮겨본 적이 없다.

- 게임 개발을 포함한 IT 계열 직종은 수명이 짧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박영목 대표: 게임 개발자가 수명이 짧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게임의 경우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기획, 그래픽, 프로그래밍 등 많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 모두를 '게임 개발자'라 부르고 있다. 프로그래머만 개발자라고 부르는 IT 업계보다는 영역이 넓은 것이다. 따라서 게임 개발자는 다른 분야로 넘어가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IT 업계보다는 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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